검찰이 18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구속 기소하면서 두 달여에 걸친 CJ 비자금 수사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검찰은 이날 수사 결과 발표에서 주가 조작과 재산국외도피 의혹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 비자금의 사용처와 관련해 관심을 모았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 성과도 발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주가조작·재산국외도피 혐의 계속 수사 = 검찰은 CJ그룹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차명계좌와 거래내역을 확보해 집중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활용해 그룹 계열사 주식을 차명 거래해 수백억원의 조세를 포탈하고 불법 이득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현재 CJ그룹 측의 해외 차명계좌를 모두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고 금융감독원에서도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해외 차명계좌를 확보·분석하고 금감원 회신이 오는 대로 관계자를 소환 조사하면서 추가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관계자는 “시세조종이 있었는지 확인하려면 관련 자료를 다 분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CJ그룹이 불법적 수단을 동원해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는지에 대한 검찰 수사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미 수사 과정에서 수백억원대 미술품을 차명으로 구입해 해외에 보관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재산국외도피죄는 국민의 재산을 국외에 불법 이동하거나 국내에 반입해야 할 재산을 국외에서 은닉 또는 처분한 경우에 성립한다.
 검찰은 이와 관련, “재산도피 법리를 법원에서 매우 엄격하게 보는 추세”라며 “사실 관계를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례에 따르면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금품이 오간 당사자 사이의 거래가 실제로 있었는지 아니면 위장 거래인지, 당사자들의 국내 거주 또는 비거주 여부, 관련법상 허가된 방법을 따랐는지 여부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
 자칫하면 죄형법정주의나 형벌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CJ그룹의 해외 거래 내역을 확보해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는지,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는지 등을 따져 혐의를 확정할 방침이다.
 ◇정관계 로비는 ‘꺼진 불’(?) = 그동안 검찰 안팎과 재계에선 이재현 회장이 2008년 차명재산과 관련한 경찰 수사와 국세청의 조사 과정에서 ‘무마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회장의 재산관리인 이모씨가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이 드러났지만 국세청은 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고 검찰·경찰의 수사도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대학 동문인 천신일 세종나모여행 회장이 세무 조사와 수사 무마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왔다.
 2009년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던 당시 ‘탈세 조사 무마’ 로비와 관련한 정황이나 진술이 확인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 이번 수사팀은 비자금의 사용처를 대체로 확인했지만 로비 관련 부분은 드러난 게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사용처를 상당 부분 확인했고 덜 된 것은 앞으로 확인할 예정”이라며 “다만 구체적 사용처는 프라이버시 등의 문제가 있어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비자금 중 상당액을 고가의 미술품, 차량, 와인 등을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기본적으로 기업비리”라며 “수사 과정에서 로비나 다른 범행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단서가 확인되거나 발견된 게 없다. 단순 풍문이나 의혹을 갖고 수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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