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의 핵심 노하우 촉매기술에 있어
국가차원의 촉매 전문 기관 설립 꼭 필요
최적조건 갖춘 울산이 선도적으로 나서야

▲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우리나라 전체 제조업의 2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화학 산업은 원재료 가격 인상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수출 채산성 악화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의 메카인 울산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위기는 범세계적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적 팽창에만 의존했던 우리 화학 산업의 역사적 배경과 그로 인한 구조적 취약성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나프타 분해능력이 세계 5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기술경쟁력, 특히 창조적인 기초기술의 경쟁력은 10위 이하로 상당히 뒤쳐져 있다.

우리 화학산업은 고도화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미래 산업인 에너지 산업과 환경 산업에서 선도기술을 확보하여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해야 하는 역사적인 미션을 가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화학 산업의 기술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화학·에너지·환경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촉매’ 기술의 육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촉매란 아주 적은 양으로 화학반응 속도를 획기적으로 증진시켜 주는 기능성 물질로서 화학공정의 90%가 촉매를 사용하고 화학제품의 60%가 촉매를 이용한 공정에서 생산되며, 특히 공해방지 기술은 95%가 촉매를 사용한다. 화학 산업의 지적재산권과 핵심 노하우는 촉매 기술에 있다는 뜻이다. 촉매를 ‘화학 산업의 쌀’ 혹은 ‘화학 산업의 반도체’로 부르는 것도 이러한 촉매의 중요성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지난 5월7일 국회에서 덴마크에 있는 세계 제일의 촉매회사인 톱소(Topsoe)사의 러스트럽 닐슨 수석부사장을 비롯한 국내·외 촉매기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자원부 등 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을 초청하여 ‘대한민국 차세대 촉매기술 육성방안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촉매 기술 육성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기 위해 애쓰는 한편 촉매 기술 연구 기반 구축에도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우리 화학산업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 국가차원의 촉매 전문 기관 설립을 검토해야할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화학 산업은 전형적인 ‘기술추격형’ 산업이었다. 이에 반해 1980년대 후반부터 네덜란드를 포함한 유럽과 일본, 미국은 촉매에 관련한 비전과 각종 센터를 설립하여 관련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하였으며, 일본의 경우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환경관련 촉매 국제 특허를 싹쓸이하듯 확보하며 세계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울산은 우리나라 촉매연구의 최적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가 울산에 있으며 울산 최초의 국립대인 UNIST에는 촉매 분야에 있어서 세계적 수준의 뛰어난 연구진이 갖춰져 있다. 남은 것은 연구기반이다. 울산에 촉매연구센터만 건설되면 산학연 연구체계 구축으로 상당한 수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 7월16일 산업자원부에서는 기획재정부로 ‘차세대 촉매 기술개발사업’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했다. 이 사업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약 7년간 석유화학, 에너지, 환경 3개 분야의 R&D 사업에 약 2140억원과 ‘울산촉매 기술개발 허브센터’ 구축사업에 860억원 등 총 사업비 약 3000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필자를 비롯해 울산시와 UNIST 등 많은 분들이 합심하여 이뤄낸 결과이다. 이 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2025년, 약 20조원의 매출액을, 2030년에는 생산유발 효과 4조원, 고용창출효과 1만4000명, 환경부가가치 1.5조원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울산을 촉매의 메카로 만들기 위해 지난 몇 년간 노력해온 필자로서는 감회가 남다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 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넘어 산업부의 원안대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울산시·학계·정치권 등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다. 지금이 ‘촉매 연구개발의 메카, 울산’을 만들기 위한 확실한 기회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강길부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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