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정명화 정경화 정명훈

제작:EMI

피아노 트리오 즉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의 3중주는 다른 종류의 악기의 편성보다는 약간 더 긴장감이 감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또는 피아노와 첼로 이런 만남이라면 서로의 대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세 악기가 모두 만나면 실로 삼각형의 세 꼭지점 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분위기를 느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아노 트리오들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흩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경쟁과 조화의 긴장을 유지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Chung Trio는 세명의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연주자로 구성되어 있다. 완벽주의자로 알려진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그의 연주는 날카롭고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차 있고 첼로의 정명화는 온화하며 사색적이다. 피아노의 정명훈은 옹골차며 굳센 기백이 느껴진다.

 언뜻 보기에는 함께 어울리기에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지만 이들의 공통점이 더 중요하게 보인다. 작품에 대한 이들의 해석은 악보의 정확성 보다는 그안에 담겨있는 정서를 중요시 하게 보인다.

 베토벤의 피아노 트리오 제5번 "유령". 베토벤의 가장 창작욕이 왕성한 시절의 작품이다. 특히 2악장의 라르고(Largo)의 환상적인 분위기가 인기를 끌어서 "유령"이라는 별칭을 갖도록 했다.

 피아노 트리오 제 7번 "대공". 동서고금의 걸작으로 꼽히는 이 곡은 베토벤의 그의 존경하는 후원자 루돌프 대공에게 헌정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문자 그대로 "질식할 정도"로 아름다운 곡이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트리오 A단조 작품 50(어느 위대한 예술가를 기리며). 작품 전체가 우수어린 멜로디로 가득차 있으며 특히 피아노가 화려하고 웅장하다.

 쇼스타코비치 피아노 트리오 제 1번. 사춘기 소년이었던 작곡가가 어느 소녀를 만나면서 열정이 싹트면서 작품이 쓰여져 곡 전체에 사랑이 스며들어 있다

 실내악 특히 트리오는 연주자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그 열기 하나하나가 전체 속에서 어울려야 하는 어쩌면 "모순된" 미덕을 필요로 한다. 세 사람의 조화인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이다. "경쟁과 조화 사이의 팽팽한 긴장미", 이것이 트리오의 맛일 것이다.

 여기서 소개되는 곡은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까지 EMI를 통해 발표된 곡들 중 대표적인 곡들의 모음으로 강한 긴장감 속에 순도 높게 울리는 피아노 트리오의 진수를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임진홍 녹십자피부비뇨기과의원장·객석문화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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