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곤충에게도 후각 세포가 있어서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사례는 없는 듯하다. 그러나 곤충의 얼굴을 보면 눈 사이에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 같은 구멍이 있고 또한 얼굴에 있는 긴 수염을 통해 냄새를 알아차릴 수 있도록 생겼다.

실제로 곤충에게 냄새가 영향을 주는 사례를 들어보자. 화학과에서 가르치는 유기화학실험이라는 과목 중에는 이소아밀 아세테이트(isoamyl acetate)라는 물질을 만드는 실험이 있다. 이 화합물은 사과향이 나는 물질로 아세트산(식초산)과 아밀알코올로부터 만들 수 있다. 실제 사과의 향기 속에도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이 화합물은 꿀벌의 경계 페로몬(alarm pheromon)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꿀벌의 벌침 표면에 묻어 있어서 벌이 침을 몸 밖으로 내놓으면 공기 중으로 휘발된다고 한다. 페로몬은 인간의 경우 호르몬과 같은 것이다. 이 물질이 경계 페로몬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꿀벌이 이 냄새를 맡게 되면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침을 놓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이 꿀벌을 흥분시켜 침이 나오도록 하면 침에 묻어 있던 이 물질이 공기 중으로 노출되며, 인근에 있던 다른 벌들이 이 냄새를 맡아 냄새가 나는 곳에 침을 넣도록 쫓아가게 된다. 결국 벌에 쏘이면 다른 벌들이 몰려오는 것은 벌들의 입장에서는 그 냄새를 좇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벌들이 꿀이나 화분을 모으는 일도 특정 냄새를 맡아 이루어짐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동물이나 인간의 경우는 어떨까?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동물들이 새끼를 낳기 위해 수컷이 암컷을 찾는 것도 냄새에 의한 것이다. 암컷이 발정하게 되면 수컷이 냄새로 알아차려 좇아가게 된다. 알래스카에 사는 사슴의 경우 수십 킬로미터 떨어져 있어서도 짝짓기를 할 때면 냄새로 서로를 찾아낼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의 경우도 예를 들자면, 여학생전용 기숙사에 들어온 여학생들의 생리일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슷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알려져 있다.

최근의 페로몬에 대한 연구는 특정 곤충만 사멸시키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분무되는 파리약은 포유류에게는 무해하지만 곤충에게는 치명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약제의 사용으로 이제 우리 주변에는 분명 파리가 많이 없어졌다. 그러나 파리약이 파리만 없애주면 좋을 텐데, 꿀벌까지 함께 없애버려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없고 맛있는 과실도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될까 두렵다.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