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미자 춘해보건대교수·요가과

얼마 전 서울 코엑스에서 국제 수면 및 힐링 산업 박람회가 열렸다. 잠을 잘 잘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양한 제품들의 소개와 프로그램이 소개된 것으로 보인다. 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이나, 한편으로 잠을 잘 자도록 도와주려는 제품들이 쏟아져 나올수록 잠 못 드는 시간은 더 길어지지 않을까 염려된다. 왜냐하면 잠에 대한 본질적인 가치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잠을 자지 않으면 꿈을 이룬다.’ 이는 어느 고등학교 복도에 붙어있는 말이다. 2011년도 교육과학기술부의 연구발표에 의하면 하루에 6시간 이내로 잠을 자는 학생들의 비율이 여자고등학생은 49.01%, 남자고등학생은 39.01%, 중학생은 10.65%, 초등학생은 3.95%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6시간 이내로 자면서도 자신이 많이 잔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인생의 삼분의 일을 잠으로 보내고 싶지 않다.’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어떻게 한가하게 잠을 잘 수가 있겠느냐.’, ‘하루에 3~4시간만 잘 수 없는가?’

수면의학자들은 일반인들이 필요한 수면시간은 정규곡선을 이룬다고 한다. 약 5%는 5시간 이내 자도 괜찮고, 다른 약 5%는 10시간 이상 수면시간이 필요하며, 90%를 차지하는 대다수는 7~8시간 정도의 수면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이 다르며 적절한 시간을 찾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전체 인구의 3분의 2정도가 하루저녁에 5, 6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8시간 수면이 필요한데 6시간만 잠을 자면 하루 이틀정도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며칠이 지나면, 주간 졸림 짜증, 생산성 저하와 같은 수면박탈 증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직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개운하게 침대를 떠나지 못한다면, 낮에 졸음이 온다면, 집중하기 힘들다면 잠이 부족하다는 표시이다.

요가에서는 수면의 가치를 깨달음(삼매)과 비유하기도 한다. 잠을 자려면 우선 ‘나’라는 생각이 사라져야 한다. ‘나’라고 여기는 자아가 사라지는 순간이 수면이다. 깊은 수면상태에서 자아가 사라지기 때문에 몰아의 지경, 즉 삼매와 같은 희열이 일어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희열을 자신은 모른다는 점에서 삼매와 유일한 차이라고 한다. 잠을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기 위해 애쓰는 자아가 쉴 수 있어 가치롭다. 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면 잠을 허하라.

곽미자 춘해보건대교수·요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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