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필가 배혜숙씨가 첫 수필집을 낸지 12년만에 두번째 수필집 〈양파썰기〉를 도서출판 나라에서 펴냈다.

 〈양파썰기〉에는 주로 여행을 통해 얻어낸 이야기를 담은 "별보기와 별읽기", 주부로서 생활 속에서 겪은 이야기 "양파썰기", 주위 사람들의 삶을 통해 들여다본 사람사는 이야기 "그 남자가 사는 법", 자신 속에 감추어져 있는 자기를 들추어내는 "도깨비 감투" 등 4부로 나누어 51편을 담았다.

 간간이 문예지나 동인지를 통해 발표해오던 그의 수필은 여전히 단정하고 깔끔한 문장, 개울 물처럼 맑고 시원한 표현, "착한" 주제는 첫 수필집 〈목마할아버지와 별〉 이후 여전했다. 그런데 그 중 가리고 가려서 묶은 255쪽의 〈양파썰기〉에서는 기대치의 "순수함" 뿐아니라 또다른 나를 꿈꾸는 그의 열정이 발견되면서 함께 들뜨게 된다.

 "끙끙이며 가슴앓이를 하는 동안 갈망같은 건 다 잠재우리라 생각했다. 다시는 인도에 가려는 헛된 꿈을 꾸지 않기 위해 그 신비를 책을 통해 죄다 벗겨보려 애썼다. 하지만 그건 헛되고 헛된 노력이었다. 무모함이었다. " "우리 인도로 갑시다" 느닷없는 그녀의 제의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인도로 가는길〉 일부)

 소재를 포착하는 것이나 이야기의 서두를 꺼내는 것은 언제나 그의 주변이나 체험에서 출발하지만 점점 사회적 인식으로 거부감 없이 확장되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그가 풀어가는 세상이야기가 지나치게 팍팍하지도, 그렇다고 무조건 아름답지도 않기 때문이다.

 "열무김치를 담그는 시간은 소중하다. " 열무가 소금에 절여지는 한시간 남짓 좀 바쁘다. 마늘을 찧고 고추를 빻고 양파껍질을 깐다. 마늘처럼 부패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 고추처럼 제 빛으로 주위를 물들일 열정은 있는 것일까. 양파처럼 자신을 다 드러내 보이지 않고도 남을 울릴 수 있을까. 묻고 또 묻는다."

 그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문화재를 대부분 보러 다녔고 발레를 보기 위해 서울행도 마다 않는다. 그림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경주에서 열린 신라기와 특별전을 보고 쓴 〈신라기와, 얼굴무늬 수막새〉, 두서은행나무에 대한 그의 애정을 그린 〈그래, 그건 사랑이야〉, 백조의 호수를 본 뒤 쓴 〈더욱 가볍게〉, 고흐의 화집을 통해 느낀 예술가의 삶을 기리는 〈반 고호 그리고 불꽃〉 등이 지적 충족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배혜숙씨는 77년 월간 "문학"에 〈모시의 멋〉으로 신인상을 받으면서 문단에 나왔다.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대표에세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울산남부초등학교 교사로 있다. 정명숙기자 jms@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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