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미자 춘해보건대교수·요가과

엊그제 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3, 4시간을 자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우리는 잠과 무던히 싸운다. 두 부류의 싸움이 있다. 우선 잠을 자지 않기 위해 애쓰는 유형으로, 대부분 성공을 지향하는 사람들이거나 잠을 자서는 안 되는 상황에 있을 경우다. 적게 자면서 할 것은 다하고 싶어 잠과 사투를 벌인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것이 눈꺼풀이라고 했던가. 지금도 무거운 눈꺼풀을 치켜 올리는 싸움을 하지 않은지.

다른 한편, 잘 자려고 싸운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불면증을 겪는 사람들이다. 얼마 전 국민건강보험 공단 자료에 의하면 2012년도의 수면장애 환자가 4년 새 1.6배가 늘었으며, 그 중 66.7%가 불면증 환자이다. 진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까지 고려한다면, 다섯 명 중 한 명은 불면증을 겪고 있다는 말이 실감난다.

눈을 감고 편안하게 자기를 원하든, 두 눈을 뜨고자 애쓰든지 모두가 수면부족이라는 고통에 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필요한 수면시간이 있다고 했는데, 일곱 여덟 시간을 자야 충분한 수면인 90%의 대다수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충분한 잠을 잘까?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날 수 있고, 낮 동안 졸리지도 않고 피로하지 않은 쾌면 상태를 체험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여덟 시간 이상을 잤다고 하더라도 깊은 잠이 아니라 얕은 수면이라면 숙면일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수면의학자는 이를 두고 수면 빚이라고 했다. 마치 은행의 부채가 늘어나면 살맛이 나지 않는 것처럼 수면 빚이 늘어나면 삶에 생기가 없어진다.

수면의학자들은 수면 빚을 상환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부족한 수면시간을 조금씩 늘려 가면 된다고 한다. 가뜩이나 자는 시간이 아까운 사람들은 콧방귀를 뀔지도 모르겠다. 잘 자고 싶은 사람들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리라. 요가에서는 잠을 잔 것 같기도 하고, 안 잔 것 같기도 하는 사이킥 잠(자각이 있는 잠)을 유도하는 수면요가가 있다. 사이킥 잠은 무의식 세계인 깊은 잠과 감각이 활동하는 생시 상태의 중간단계로서 몸과 마음에는 깊은 휴식을 주면서 제 3의 의식을 깨어있게 하는 방법이다. 마치 자신의 잠을 명상처럼 제 삼자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이다. 진정한 이완은 무의식이 아니라 오히려 선명한 자각이듯이, 무의식과 의식의 조화로운 단계에 머물 때 깊은 휴식이 된다. 그래서 잠을 자고 싶은 사람에게는 깊은 잠을 유도하고, 잠잘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깊은 잠을 잔 것과 같은 효과를 주어 수면 빚을 쉽고 빨리 청산해 준다.

곽미자 춘해보건대교수·요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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