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울산시를 비롯한 자치단체가 개인의 재산권이나 사업권을 제한하다가 법정싸움에서 패소하는가 하면 시민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정책에는 잦은 방향선회를 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민감한 사안일 수록 정책 결정자의 소신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관행이 아직도 여전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정책결정의 기준이나 논리가 일관성이 없어 보이고 시민적 합의 과정을 도출하지 못해 예산낭비에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고 심지어 "밀실행정"이라는 비난까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지금와서 어려운 법 논리나 시끄러운 정치 논리를 빌지 않더라도 지방자치제의 근본이 주민의 권리와 자율적인 행동에 있다고 보면 규제와 허가의 명분은 주민의 권익에 맞춰져야 한다. 따라서 사회적인 공익을 내세우더라도 이런 권리를 꺾을 수 있는 경우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존재해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개인의 불편이나 피해를 최소화 하는 범위내에서 말이다.

 시청이나 구청이 하는 일 중에 어디 쉬운 일이 있을까마는 이러한 개인의 권리를 다루는 허가나 규제만큼 힘든 것도 없을 듯하다. 원칙을 세우고 시행령을 지켜 법대로 처리한다고는 하지만 그럴 때마다 민원이 생기고 반발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요즘같이 이해관계가 얼키고설킨 사회에서 딱 부러지는 기준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이익이 상반되는 일을 두고 획일적인 잣대로 선을 긋는 자체가 처음부터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음이다. 그러니 처음 뜻한 바대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건 어쩜 당연할 지도 모른다.

 또 획일적이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다 보면 융통성이 없다고 비난 받기도 한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느슨하고 예외적인 예를 적용하면 이젠 특혜시비가 일어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검은 거래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고 자칫 험악한 사태로까지 번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몰고 온 자충수 일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은 안되지만 남 잘되는 꼴 못보는 몰지각한 일부 인사가 퍼뜨리는 악의적인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몰고 오는 행정의 불신은 심각해진다. 원칙이나 기준이 한순간에 깨지기 때문이다.

 정책 결정과정이 투명성에 생명을 거는 연유도 여기에 기인한다. 그래서 공정성을 확보하고 합의과정을 도출하기 위해 공청회를 열고 주민설명회도 개최한다. 전문가를 부르고 시민단체를 참석시켜 동일성을 찾고 공감대를 유도하며 자율적인 참여와 이해를 구해본다. 하지만 이것마저 쉽지는 않다. 처음부터 안될 일을 강요하거나 지킬 수 없는 기준을 설명하는 경우엔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시민의식을 강조하고 사회적인 의무를 부각시켜 보지만 의도하는 바로 이끄는 데는 번번히 한계에 부딪치기 일쑤다.

 더구나 큰 이권이 있는 사안일수록 당사자는 물론 제3자들까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것인지 따지게 된다. 그러다 보면 문제점은 부풀러지고 결국 권력이나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거나 아니면 서둘러 봉합하려다 또다른 시비를 낳는 폐단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나 구청이 요즘처럼 정책에 혼선을 빚는 예가 어제 오늘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최근의 일은 지나치게 규정에 치우쳐 그 규정이 지닌 한계점을 미쳐 보완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하나는 주민들에게 명분싸움에서 지나치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는 점이다. 이해 관계에서 사회적인 책임론이 설득력이 없는데도 말이다.

 도시란 온갖 사람들과 어깨를 맞대고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며 살아가는 곳이다. 서로의 이점을 공유하지만 거꾸로 맞대는 만큼 서로 불편과 갈등이 생겨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도시행정은 서로 간에 얻는 이점을 늘리면서 서로로 말미암아 생기는 불만을 최소화 시켜 나가도록 도와주고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구성원이 만족할 수는 없지만 상대적인 다수가 믿고 따르도록 믿음을 주어야 한다. 복잡한 이해관계에 얽힐수록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경제적 논리보다 합리적인 집행과정에 무게를 두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은 투명하고 공평하게 살 수있는 지혜를 지자체가 앞장서 모범을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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