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면 밥맛이 없어진다. 몸이 쇠약해져서 밥맛이 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보다 감기로 인해 후각기능이 마비돼 맛에 대한 평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맛을 평가하는 기능은 혓바닥 위에 분포하는 미각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지만, 후각 즉, 코에 의한 평가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입안에 먹을 것이 들어오면 액체로 된 것은 혀의 미각세포에 의해 맛을 판단하고, 기체로 된 부분은 호흡에 의해 코 내부에 있는 후각세포에 의해 다시 판정된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후각이 마비되거나 제 기능을 못하면 맛에 대한 판단을 올바로 못하게 된다. 이러한 원리로 어린이에게 쓴 약을 먹일 때 코를 막고 입속에 넣어주면 비교적 잘 먹게 된다. 또한 매운 고추를 먹을 때도 매운 맛을 견디고 싶다면 코를 막고 입안 향기가 후각 세포에 오지 않도록 하면 매운 맛이 덜하게 된다.

먹고 싶어지는 음식은 맛 이전에 냄새가 먼저 작동하게 된다. 먹고 싶은 음식은 한 개인에 있어서도 몸의 상태나 주변 상황에 따라 매우 달라지며, 민족이나 습관에 따라 많은 차이를 나타내게 되는데, 누구나 배가 고파지면 음식냄새가 좋게 느껴진다. 또한 밥을 먹고 난 후는 밥 냄새가 먹기 전보다 좋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는 같은 냄새라도 사람의 느낌은 시시각각으로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먹거리에 있어서도 개인 차이가 많이 나는데, 필자의 경우는 양고기가 매우 싫다. 그 이유는 양고기의 독특한 냄새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많은 나라 사람들은 양고기가 무척 맛있다고 한다.

같은 매운 맛이라도 고추의 매운 맛과 와사비(고추냉이)의 매운 맛은 전혀 다르다. 고추의 매운 맛은 혀의 후각이 매운 것이고, 와사비의 경우는 코가 매운 것이다. 고추의 매운 맛은 고추 속에 들어 있는 캡사이신이라는 고체 물질에 의한 것이며, 반면 와사비의 매운 맛은 알릴시아나이드라는 기체성분에 의한 것이다. 고추는 공기 중에 노출시켜도 매운 맛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지만 와사비는 공기 중에 노출시키면 매운 맛을 나타내는 성분이 날아가버려 점차 매운 맛이 없어지게 된다. 와사비를 생선초밥 속에 넣으면 숙성에 의해 생성되는 균을 살균시킬 수 있고, 이 원리를 이용해서 와사비의 향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냉장고용 탈취 및 선도 유지제로 사용되고 있다.이와 같이 맛은 냄새와 무척 관련이 깊고 맛을 해석하고 이용하기 위해서는 냄새도 함께 평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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