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6일로 대한민국미술전람회(이하 국전)가 폐지된 지 꼭 20년을 맞는다. 바꿔 말하면 국전의 후신격인 대한민국미술대전(미전)이 생기고 나서 20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일제시대의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해당하는 국전은 1949년 탄생해 1982년 미전으로 개편될 때까지 미술계 최대의 축제였다. 국전의 권위가 권위였던 만큼 공모전 입상이 곧 작가에겐 영광의 등용문이었다.

 정부 주도의 이 전람회는 꾸준히 제기돼오던 관전(官展) 무용론 등에 따라 1981년 제30회를 끝으로 미전에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국전 폐지는 1978년에 생긴 중앙미술대전과 동아미술제같은 신문사 주최의 민간 전람회 창설 등 여건 변화에 영향받은 것이기도 했다.

 국전은 이듬해 미전으로 개편돼 문예진흥원이 운영을 맡다가 1985년 민간단체인 한국미술협회(미협) 주관 아래 들어간 뒤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민간이양에도 불구하고 미전은 국전 시절의 폐단을 벗지 못하고 입상자 선정에 학연과 인맥 등 부수적 요인이 작용해왔다는 비판을 들었다.

 지난해 6월 터진 미전 심사비리사건은 이같은 그림자를 일거에 드러냈다고 할수 있다. 당시 경찰청은 미전 심사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혐의로 260여명의 미술인을 조사해 그중 미협의 전·현직 간부 25명을 입건했다. 이는 미전 사상최대 규모로 사회에 던진 충격은 그만큼 컸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미전을 폐지해야 한다는 극단적 목소리까지 나왔다. 입상자를 몇몇 대학 출신이 분점하는 상황에서 미전이 더이상의 권위와 효용성, 나아가 대표성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이다.

 "끼리끼리 나눠 먹는다"는 비판이 단순한 비아냥이 아니었음은 그동안의 통계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협이 미전을 주관하기 시작한 이후인 1986년부터 1998년까지의 자료를 종합한 결과 미전 운영위원중 홍익대(38.1%)와 서울대(34.3%)가 72.45%를 차지했다.

 운영위원이 심사위원 추천권을 갖는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런 수치는 심각한부작용을 낳을 소지를 안고 있다. 실제로 홍익대(41.8%)와 서울대(30.4%)가 심사위원의 72.2%를 장악해 나머지 대학은 들러리나 다름없게 됐고, 이는 곧바로 이 두 대학 출신의 입상과 직결됐다. 같은 기간 우수상 이상을 받은 입상자중 홍익대(51.8%)와 서울대(16.1%) 출신이 대다수를 차지해 운영위원과 심사위원, 입상자 사이의 상관관계를 짐작하게 했다.

 미전은 운영상의 폐쇄성에 그치지 않고 보수성과 미숙성으로 이어져 그 권위를 스스로 추락시켰다. 현대미술의 큰 흐름인 영상, 설치 등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은채 회화 중심으로 전람회를 꾸려나간 것이 한 예이다. 여기에 수천점에 이르는 응모작의 심사가 단 몇시간만에 이뤄지다보니 작품당 고작 10초도 안 걸리는 등 주마간산격 심사를 피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미전의 공정성을 둘러싸고 간헐적으로 터져나오는 잡음은 주관자인 미협의 운영과도 직접 관련이 있다. 미협 이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추후 미전 입상자의 향방을가늠할 수 있다고 할 정도여서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은 그만큼 치열해질 수밖에 없었다.

 미전의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그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너무 성급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은 시대변화에 부합할 수 있게 미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하며 이를 위해 미술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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