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코에게 물었다. 사람에게 내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내가 왜 코 밑에 붙어 있어야 하는가. 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영양분을 주어 사람을 튼튼하게 하지 않는가. 이런 내가 얼마나 중요한가. 그래서 내가 최고다.

 그러나 코가 말했다. 음식물을 맛있게 먹고 영양을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첫째는 아니다. 내가 첫째다. 왜냐하면 나는 음식맛이 어떤지 맛이 있는 냄샌지 아닌 지 이 코가 없으면 안되지. 더구나 이 코가 없으면 숨을 쉴 수 없지 않는가.

 그러니 마땅히 입 보다 위에 붙어 있는 것이 당연하다하고 싸우다가 눈을 보고 입과 코가 말을 했다. 그런데 눈 너는 왜 우리들 보다 위에 있는가. 건방스럽지 않는가. 그러나 눈은 그 무슨 소리,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다하더라도 내가 없으면 맛이 있어 보이는지 없어 보이는지 알 수 없지 않나.

 그러다가 문득 쳐다보니 아무 쓸모없는 눈썹이 가장 위에 붙어 있어 입과 코와 눈이 눈썹에게 공격했다. 아무 쓸모 없는 눈썹이 왜 우리들 보다 위에 있는가. 너 정말 얌체구나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눈썹은 할말이 없었다. 내가 왜 얼굴 맨 위에 붙어있는지 정말 자기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데 옆에 붙어있던 귀가 거들었다. 만약에 눈썹이 턱에 있다면, 볼에 붙어 있다면 얼마나 우습겠는가. 보고 듣고 먹고 냄새를 맡음으로써 사람에게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굴의 균형을 이루게 해주는 눈썹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는 첫째요, 둘째요 하고 싸우지 말고 자기가 위치한 자리에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어느 책에서 읽었는지 누구에게 들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이 말이 떠오를 때가 많다. 그 때마다 눈 코 귀 입 눈썹이 각기 다른 위치에 달렸을 경우를 상상하면서 웃음을 머금게 된다.

 학창시절에 한번은 이런 생각도 했다. 눈이 손가락 끝에 달려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칠 때 커닝하기에 그만일 거라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하나 밖에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다. 세수할 때, 설겆이할 때 손끝에 달린 눈 어떻게 할 것인가. 비누 거품 속에서 계속 눈을 감고 일을 해야하는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어제는 수능시험을 치렀다.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수많은 고3들이 시험 결과를 두고 좌절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수능시험의 결과는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점수를 두고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것 역시 오로지 한방향만을 생각하는 눈이나 코와 다를 바 없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각기 그에 알맞은 역할과 자리가 있기 마련이다. 최선의 노력을 쏟아 자신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가면 된다. 아무 하는 일이 없는 듯한 눈썹이 가장 윗자리에 자리잡아 얼굴의 균형을 지켜주듯이.

 어제 시험을 치른 학생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이 사회에선 정말 필요한 보배들이다. 그들 중 누가 언제 어느 자리에서 가치있는 일을 할 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사회에 나서보면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만큼 공부 잘한다고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인생은 성적 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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