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함께하는 다문화가족: 2.국적은 달라도 명절은 함께

고향과 가족을 만나러 가는
우리 고유의 명절
추석이 다가왔다.

추석연휴가 다가오면서
다람쥐 쳇바퀴 같던
일상을 뒤로 하고
한동안 만나지 못한 가족,
일가친척의 얼굴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향하는
귀향객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있다.

하지만
명절을 모두가 반기고
절로 즐거워지는 것만은 아니다.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처지가 못 되거나
고향을 등진 새터민,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는
명절이
또 한번의 그리움을
자극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울산 지역사회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다문화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고
이들과 더불어 살기위한
다양한 행사가 마련돼
의미를 더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지역 업체
외국인 주민과 한가위축제 다채
추석 차례상 차림·예절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 공유 소통의 장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폭도 넓혀

◇‘소통·만남·체험의 장’ 한가위큰잔치

지난 15일 울산 남구 문화공원에서 열린 ‘외국인 주민과 함께하는 울산, 한가위큰잔치’는 추석을 앞두고 울산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을 포함한 외국인들에게 가장 큰 만남의 장이자 축제로 진행됐다. 

▲ 지난 15일 울산 남구 달동 문화공원에서 열린 ‘외국인 한가위큰잔치’ 에서 합창 공연을 펼치고있는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레인보우 합창단의 모습.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포함한 총 17개 기관 및 단체가 21개의 부스를 운영하며 추석을 비롯 한국과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지역내 외국인 및 결혼이주여성과 가족, 관계자 등 3000여명이 함께했다.

이날 행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울산에 이주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부부를 위한 전통혼례 결혼식.

스리랑카에서 온 수넨(32)씨와 후무드(여·29)씨 부부의 이날 전통혼례식은 그들의 두번째 결혼식으로 고향과는 멀리 떨어진 새로운 고향에서 뜻깊은 추억이 됐다.

이들은 “(한국의) 명절때면 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 보낸다고는 하지만 다른 한국인들과는 달리 가족을 볼 수 없다는 현실에 늘 마음 한켠이 그립고 쓸쓸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 결혼식으로 추석이되면 좋은 기억이 떠오를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축제는 다문화가족으로 구성된 합창단 공연, 고향에 편지부치기, 전통춤 공연 등이 마련되며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들에게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각 센터와 단체에게는 서로의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자리가, 시민들에게는 전통문화와 다양한 문화를 체험하는 체험의 자리가 됐다. 

▲ 지난 12일 울산 중구 교동 울산향교에서 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마련한 ‘2013 추석맞이 다문화 한마당’ 행사 전통차례상차림 교육 모습.

이날 행사 홍보부스에서 연신 시민들에게 정겨운 한국말로 요구르트 등을 건네던 아퀴노(여·42·필리핀)씨는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는 억척스러운 울산 아주머니로 현재 울산글로벌센터 통역상담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이 한데 어울릴 수 있는 이런 행사들로 주위의 관심과 소통의 장을 계속해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아퀴노씨는 “10여년전 한국에 처음 시집왔을때 지금처럼 한국어를 배울 곳이 전무해 의사소통조차 힘들었다. 지금도 주위의 편견과 불신이 가장 힘들다”며 “하지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글로벌센터 설립과 다양한 행사 등으로 비슷한 처지에 사람들과 만나고, 또 사회와 계속해 소통하면서 점점 한국과 울산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다문화센터·기업 등 추석 앞두고 행사 다채

다문화가족 등 외국인의 사회적 네트워크의 약화를 해소하고자 다문화가족들의 초기 적응을 돕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울산지역 5곳도 추석을 앞두고 각기 특색있는 행사를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울산지역 거점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남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11일 추석기간 친지들간의 의사소통 증진과 결혼이민자들의 자존감을 향상시키기 위한 ‘한가위 상차림 및 예절교육’을 실시했다.

한국인도 어려워하는 추석 차례상 차리기를 배우는 시간을 가지며 어려운 한국 예절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고 참가자들은 전했다.

지난 12일에는 보통 한국인 주민처럼 온누리 상품권으로 재래시장에서 추석음식을 구매하는 행사도 열렸다.

이번 재래시장 체험 행사를 통해 실비아옥타니아(여·29·인도네시아)는 “한국에서 명절을 지내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음식들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며 “마트와 다른 시장의 시끌벅적한 모습을 직접 보며 시장상인들과의 흥정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구와 북구센터는 각각 KB국민카드와 IBK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연계한 송편빚기 행사를 펼쳤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인 송편을 직접 빚으면서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우리 고유 명절을 소개하고 자연스레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 마련돼 큰 호응을 받았다.

중구센터는 지난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울산지부와 국제로타리클럽 3720지구 울산로타리클럽이 후원하는 ‘2013 추석맞이 다문화 한마당’ 행사를 교동 울산향교에서 다문화가족 100여명을 초청해 개최했다.

전통차례상차림 교육, 예절교육, 한국 전통놀이체험, 추석명절음식 나눔 등의 다채로운 내용으로 진행되며 결혼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울산에서 근무하는 외국인을 위한 기업의 노력도 엿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외국인 감독관과 가족 등 200여명을 대상으로 동구 서부동 외국인사택 클럽하우스에서 ‘추석맞이 한국 문화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 25개국 출신으로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및 해양설비 제작을 위해 상주하고 있는 외국인 선주와 선급 감독관과 가족이 참여해 송편빚기, 한복패션쇼 등 한국문화를 체험하는 기회가 마련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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