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숙 수필가

인간들은 집착이 대단합니다. 네발달린 짐승이면 다 있는 꼬리에 대해서 말입니다. 꼬리가 길어 물건도 여기저기 흘리고 감정도 다스리지 못해 눈물바람이 길다고 구박을 받았습니다. 나는 긴 꼬리를 도마뱀처럼 싹둑 자를 줄도 모르고 구미호처럼 감출 재주도 없으니 아직도 꼬리를 질질 끕니다.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면 귀엽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다릅니다. 꼬리를 친다고 이만저만 흉을 보는 게 아닙니다. 눈 꼬리가 올라갔다고, 입 꼬리가 축 쳐졌다고 타박을 합니다. 꼬리가 길면 언젠가는 잡힐 거라고 남의 일에 입을 삐죽거리며 꼬리표를 달았다고 또 쑥덕입니다.

동물들에게 꼬리는 존재의 증명서입니다. 꼬리가 긴 놈, 짧은 놈, 두툼한 놈에다 비쩍 마른 꼬리도 있습니다. 게다가 동그랗게 말고 다니거나 슬쩍 숨기기도 합니다. 동물에게 꼬리가 없다면 볼썽사납겠지요. 두발로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들에겐 거추장스러울 뿐인데 왜 꼬리에 연연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붙어 있지도 않은 꼬리 때문에 시시비비를 만들고 온갖 말들이 오가는 게 우습기조차 합니다. 욕심이라는 것이 무한대인 사람들에겐 꼬리뼈만 남은 것에 대한 진한 아쉬움일수도 있겠네요. 월급이 쥐꼬리만 하다고 애먼 쥐를 나무랍니다. 여우에겐 수십 개의 꼬리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몸서리를 칩니다. 꼬리곰탕을 먹으면서 파리나 쫓는 소의 꼬리가 빈약하다고 말합니다. 동지섣달 해가 노루 꼬리만큼 짧다고 장탄식을 합니다.

여우꼬리풀을 기릅니다. 그 풀이 붉은 꼬리를 바짝 치켜들고 있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아니 꼬리뼈가 뭉근하게 아프기도 합니다. 이 또한 욕심 때문이지요. 요즈음은 꼬리 장사는 어떨까 하고 생각중입니다. 재미가 쏠쏠하겠지요. 특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판다면 가게 앞에 장사진을 칠 것입니다.

사실 꼬리가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치타나 표범이 맹렬하게 달릴 수 있는 것은 균형을 잡아주어 방향타 역할을 하는 꼬리 때문입니다. 호랑이가 백수의 위엄을 자랑하는 것도 두툼하고 긴 꼬리를 흔들 때입니다. 원숭이 꼬리처럼 만능의 재주를 부릴 수 있다면야 하나쯤 달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하, 꼬리 없는 동물인 사람은 이래서 문제입니다.

욕심이란 끈을 놓지 못하니 어깻죽지까지 아프네요. 이쯤에서 꼬리를 슬며시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내 꼬리타령이 길었나 봅니다. 베란다의 여우꼬리풀도 물을 얻어먹지 못해 붉은 꼬리가 축 처지고 말았습니다. 배혜숙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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