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차라리 꿈이었으면…

 「닥터 K」 김병현(22.애리조나)이 이틀연속 악몽에 몸서리쳤다.

 내셔널리그 우승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투수라는 중책을 맡아 월드시리즈에 동양인 최초로 등판한 김병현은 이틀연속 9회말 2아웃에 동점 홈런을 두들겨 맞는 참극을 연출했다.

 전날 4차전에서 3-1로 앞선 9회말 2아웃 뒤 티노 마르티네스에게 동점 2점홈런,10회말 2아웃 뒤 데릭 지터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았던 김병현은 2일 5차전에서 0-2로 앞선 9회말 2아웃 뒤 스캇 브로셔스에게 뼈아픈 동점홈런을 두들겨 맞았다.

 98회째를 맞는 월드시리즈의 역사를 통틀어도 이처럼 잔인한 드라마는 없었다.

 양키스 팬들 입장에서는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으로 꼽을 만큼짜릿한 순간이었겠지만 김병현에게는 선수생활을 마감하는 날까지 치유할 수 없는가슴아픈 상처로 남을 것이다.

 김병현이 마지막 한 걸음을 남겨두고 이틀 연속 무너진 것은 경험 부족이 가장큰 요인으로 꼽힌다.

 79년생인 김병현은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불과 3년째고, 미국민 모두가 지켜보는 월드시리즈 등판은 처음이다.

 양키스와 다이아몬드백스의 월드시리즈 출전선수 중 최연소인 김병현이 팀 승리를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중책을 맞다 보니 그만큼 중압감도 컸을 것이다.

 이런 김병현을 쳐다보는 박찬호(28.LA 다저스)의 마음도 편치 않을 법하다.

 박찬호는 지난 10월6일 배리 본즈(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시즌 71호와 72호의 홈런을 허용해 한시즌 최다홈런 신기록의 제물이 됐다.

 또한 박찬호는 올해 처음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은퇴를 눈앞에 둔 「철인」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에게 홈런을 헌납했고 99년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페르난도 타티스에게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상 최초로 1이닝동안동일 타자에게 만루홈런을 2방을 두들겨 맞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홈런들을 허용한 박찬호와 김병현은 이제 두고 두고 야구를 「국민적인 여가(national pastime)」로 즐기는 미국민들의 입에 오를내릴 전망이다.

 그러나 20대의 나이에 메이저리그의 정상급 투수로 우뚝 발돋움한 김병현과 박찬호가 상처 때문에 주저앉기에는 너무도 젊다.

 메이저리그의 최상급으로 불리는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이상 애리조나), 로저클레멘스(양키스),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케빈 브라운(LA 다저스) 등이 모두 30대 중후반의 나이라는 것을 감안할때 김병현과 박찬호에게는 아직도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

 만약 젊은 날의 패배를 값비싼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22살 「풋내기」김병현의 앞날은 더욱 창창하게 그를 반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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