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를 반복하다 보면 습관이 되고
개인의 역사도 삐뚤어지기 시작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반성의 시간을

▲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살아도 죽은 사람이 있고 죽어도 산 사람이 있다고 한다. TV드라마 ‘굿 닥터’에 나온 박시온(주원)이라는 자폐증 병력을 지닌 소아외과 레지던트인 그는 어린 환자들에게 눈을 맞추고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와 마음을 기울인다. 국민의 눈높이로 국민의 뜻에 따라 ‘산 사람’이 되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정치인과 기관들의 귀가 점점 닫혀가고 시야는 좁아지고 있는 우리 현실이 아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아직도 국민의 귀와 눈을 어지럽히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검찰총장 혼외아들 의혹. 우리를 총명(聰明)하게 할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얼굴에 때가 끼면 씻어야 한다. 그래서 거울이 필요하다. 개인과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다. 너와 나의 삶에, 사회 시스템과 국가의 방향에도 때가 끼면 거울을 봐야 한다. 남의 때 묻은 얼굴뿐만 아니라 거울을 통해 자신의 얼굴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 거울이 바로 역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하나? 지나간 과거는 선택할 수가 없지만 미래는 선택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역사학을 흘러간 것, 과거에 대한 학문으로 알고 있지만 역사학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관한 학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선택의 상황에 설 때마다 주저하고 갈등한다. 이걸 선택하면 어떤 결과가 닥칠지, 저걸 선택하면 어떨지 알 수가 없으니까, 흑백 논리와 양자택일의 선택에 익숙해져 있지만 제3의 선택도 있으리라. 먹구름 같은 어두운 현실에 직면해 자연스럽게 구름이 걷힐때까지 가만히 기다리는 것도 최적의 선택은 아니겠는가?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선조들의 지식이나 지혜를 참고해 인생을 영위할 수 있다. 또 성공이나 실패를 통해 인생의 진수를 배워, 옳고 효과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도 있다. 조상의 지혜(과거)를 하나의 가치로 생활 속(현재)에서 구현(미래)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경험에서 배우고 지혜로운 사람은 역사에서 배운다’고 했다. 하나의 끝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현재의 결과가 미래에 발생할 일의 원인이 되는 것이며 미래를 알려면 우선 과거를 알아야 한다. 과거 속에 현재의 원점이 있고, 현재 속에 미래의 현상이 함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과거­현재­미래­과거는 이렇게 서로 맞물리며 돌아간다.

세상의 모든 일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이치를 모르는 사람은 ‘그건 나와 관련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은 보이지 않는 인연’으로 뿌리 깊이 연결돼 있다.

역사 속에는 숱한 거울이 있다. 그런데도 현실 속에서 우리들은 과오를 범한다. 엎어진 길 위에 또 엎어지고, 그 위에 또 엎어진다. 그걸 전철(前轍)이라 부른다. 그게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다. 앞서 간 수레가 엎어지는 걸 뻔히 보면서도 사람들은 그 길로 간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역사서에다 거울감(鑑)자를 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역사에는 시대적 흐름이 있고 그 흐름과 호흡을 같이할 때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 나라의 역사만 역사가 아니며 개인에게도, 집안에도 역사가 있다. 공자는 성인(聖人)이란 ‘실수를 안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 세상이 평등한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아닌 것, 그래서 사람들은 울음을 우는 것(不平之鳴)이다.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그런데 실수가 되풀이 되면 습관이 되고 개인의 역사도 삐뚤어지기 시작한다. 개인의 삶이, 역사가 어긋나면 그때는 뼈저린 자기반성을 통해 스스로 울어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삶, 역사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인 불평지명인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세상이 평(平)의 세상이 아닐지라도 개인을 위해서 우는 작은 울음이 아니라 나라와 천하를 위해서 우는 큰 울음이 대한민국에 메아리치게 해야 한다. ‘굿 닥터’ 레지던트 박시온의 “훌륭한 의사는 어떤 의사입니까?” 란 물음에 “어떻게 하면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많은 의사가 훌륭한 의사다”는 대답이 정부와 야당, 보수와 진보가 아닌 우리 사회공동체 전체를 위한 올바른 길이 아니겠는가? 돈과 권력이 아니라 가치를 위해 크게 울어 볼 일이다.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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