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석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지난 10월9일은 567돌 한글날이었다. 23년 만에 법정공휴일로 재지정 되어 전국에서 각종 기념행사가 열렸다. 울산에서도 한글날과 외솔 최현배선생의 탄생 119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가 개최되었다. 한글은 창제자(글꼴 디자이너)가 알려진 세계 최초이며 유일한 문자이다.  

▲ 한글패션.

국내외 학자들에 의해 여러 방법으로 검증된 바와 같이 과학적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조형적으로도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갖추고 있는 한글! 한글은 우리의 문화유산 중에서도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글은 창제 단계부터 한자를 익혀 정보를 독점하고 있던 특정계급에 의해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창제 이후에는 언문이라 불리며 괄시를 받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일제 강점기의 한글박대는 말해 무엇하랴. 광복 이후에도 한자와 영문자에 치여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은 실로 유감천만이다.

또한가지 살펴보아야 할 것은 시각디자인의 핵심요소의 하나인 문자로서 한글의 조형적인 문제이다. 아는대로 한글은 26자인 영문자보다 적은 24자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영문자는 대문자 26자, 소문자 26자 총 52자만 설계(디자인)하면 완성형 문자가 되는 것에 비하여,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초성 중성 종성으로 모아쓰는 방식이다. 따라서 26자가 아니라 적어도 2000자 이상의 문자를 설계해야 완성형 문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한글 신서체 개발의 어려움이 있다. 컴퓨터에 의해 문자설계가 가능해지면서 시간과 경비가 절감되고 있어, 한글의 표현세계가 점차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음은 참으로 고무적이라 하겠다. 또한 붓글씨를 기본으로 하는 다양한 손멋글씨(서양:calligraphy)도 편집디자인, 광고디자인 등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을 활용한 패턴디자인, 패션디자인 등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어 한국디자이너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시선을 울산으로 돌려보면 외솔선생이 울산출신임은 자랑스러운 일이며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국에서 가장 매력적인 한글특화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문화적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은 목숨이다’ 선생의 말씀을 다시한번 되뇌어 본다.

박노석 울산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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