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술좌석이 많은 30대 중반의 정모씨는 최근 술 때문에 겪은 수난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하다. 술을 마신 뒤 심하게 토하다 보니 피가 나오면서 가슴, 특히 명치쪽이 심하게 아파 밤중에 응급실로 실려갔던 것. 가슴통증이라면 심장병 정도로만 알고 있던 그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식도균열. 의학적으로 "보르하브 증후군"(boerhaave syndrome)이라 한다.

 "보르하브 증후군"은 음식물이 한꺼번에 올라오면서 식도의 압력을 높여 점막을 찢어놓은 것을 말한다. 약하게는 식도균열에 그치지만 심하면 식도파열이라는 극한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

 울산시 남구 메드플러스의원 김순호 원장은 "식도가 찢어지면 심한 출혈과 함께 음식물이 틈새로 흘러나와 쇼크상태에 빠지는데 이때 응급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식도파열에까지 이르지 않았던 정씨는 그나마 수술은 면했지만 10여일 입원하며 금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식도가 약해져 있기 때문에 식도자극을 가능하면 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만취상태에서 음식물을 토해내고 가슴통증과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키는 "보르하브 증후군"으로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식도내압이 상승, 식도가 파열되는데도 응급수술을 하지 않고 방관했을 경우 사망률이 85%에 이를 정도의 중증질환으로 주로 심하게 구토하는 과정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원장은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계속되는 술자리를 위해 억지로 구토, 속을 비우게 되면 식도와 위내벽을 손상하게 하는 것은 물론 두 장기의 내압을 비정상적으로 높여 식도파열을 불러올 수 있다"며 "무리한 구토는 절대 금할 것"을 당부했다. 정재환기자 honey@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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