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건강도시 울산만들기-① 본인과 사회 지키는 정신건강

▲ 지난달 16일 울산 동구 정신건강증진센터가 동구 상진초등학교 학부모를 대상으로 ‘우리 아이와 마음 나누기’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 1위인 ‘자살 공화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스트레스성 불면증 증상을 겪는 나라.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8.1명으로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12.5명)의 2배가 넘는다.

이처럼 한국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직장인들의 과중한 업무, 이혼율 증가, 학생들의 입시지옥, 남성 중심의 술문화 등이 배경으로 꼽힌다.

이같은 자살은 또 스트레스 등 정신질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정불화·과로 등으로 인한 마음의 병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로 내몰아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버리고
적극적 치료 통해 위염 등 질병도 예방을

◇정신건강 소홀하면 신체건강도 위협받아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해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것이란 막연한 믿음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한국인들의 부정적 인식 등 정신과 치료를 꺼리는 사회적 풍토 때문에 자살률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 노인들의 우울증을 사전에 점검하고, 고위험군을 지속 관리하기 위해 울산 동구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는 동구노인복지관, 경로당의 이용 어르신을 대상으로 우울증 척도 검사 및 상담, 손마사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중 519만명이 평생 한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정신질환 경험자 중 전문가의 상담·치료를 받은 비율은 미국 39.2%, 호주 34.9%, 뉴질랜드 38.9%인 반면 한국은 15.3%에 불과했다.

이같은 정신질환은 신체건강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0월2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위염과 십이지장염 환자 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501만명이던 위염 환자 수는 지난해 578만명으로 4년 새 15%가량 증가해 한국인 9명 중 1명꼴로 속이 쓰린 이같은 ‘위염’ 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 스트레스와 함께 자녀 학비 등으로 고민이 큰 50대 남성 중년층과 외모와 학업, 취업 등에 스트레스가 큰 10~30대 젊은층에서 위염 발생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스트레스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정신건강은 개인의 신체와 생명은 물론, 사회·경제적 비용까지 영향을 끼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정신질환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0년 한 해 동안 23조5298억원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의 2.01%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힌바 있다.

◇정신질환 예방하는 정신건강증진센터

보통 1명이 자살을 했을 경우 주변인 평균 6명에게 정신적인 충격이 가해진다고 세계보건기구는 말하고 있다. 그만큼 정신건강은 본인은 물론, 주변을 위해라도 꼭 지켜야 하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정신건강증진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생애주기별 정신건강검진’을 포함시켰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를 전면 실시하고 있고,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정신상담과 치료를 연계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살 문제를 너무 의료적으로 접근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은 치료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전해지는 만큼 예방과 함께 치료적인 접근도 중요하다.

정부의 이런 국민 정신건강 증진 사업중에서도 지역사회내 정신질환을 예방하고, 상담 및 사회복귀 훈련 등 지역사회 정신보건 사업 기획·조정을 위한 정신건강증진센터 설치 및 운영이 눈에띈다.

현재 전국 각지에 200개소의 센터가 설치 운영중에 있으며, 이 센터들은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인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울산도 현재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등 4개 지역에 기초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설치 운영중에 있으며, 시관계자에 따르면 내년중에 중구에도 센터가 설치되는 것으로 계획돼있다.

울산의 4개 센터들은 △정신건강증진사업 △아동·청소년 정신보건사업 △자살예방사업 △정신분열, 조울증 등 정신질환자 등록관리 △재활프로그램운영 및 상담·교육 △우울증 환자 등 자살예방교육 △시민정신건강 교육·홍보 등을 주요사업으로 하며, 지역민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힘쓰고 있으며, 총 676명의 대상관리자를 관리하고 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 동구정신건강증진센터 박상훈 팀장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의 박탈감 등
울산도 우울증에서 안전할 수 없어
정신건강 상담기관의 도움 받기를”

“무릎까지면 연고바르고 치료하듯이 마음의 상처도 꼭 치료해야합니다.”

 

 

울산 동구 정신건강증진센터의 박상훈 팀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이야기를 꺼냈다.

박 팀장은 “정신건강에 대한 정부나 사회, 우리같은 센터의 지속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을 이야기하면 미친것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한다”며 “여전히 정신건강에 대한 우리사회의 높은 문턱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넘어지거나 칼에 베이면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이면서 상처를 치료하면서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등에 대해 우리는 참거나 ‘곧 괜찮아지겠지’하며 버틴다”며 “마음의 상처 치료에 대해서도 당연하게 치료받고,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상황까지 갈 수도 있기에 정신건강센터에는 자살예방센터를 별도로 두고 있다.

현재 울산은 전국 시도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낮은 도시지만 박 팀장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울산은 베이비부머가 집중된 도시고, 그 세대들이 본격적인 은퇴를 시작하고 있다”며 “이들 대부분이 은퇴에 대한 준비에는 미흡해 향후 이에 대한 스트레스와 박탈감 등이 높아질 것”이라 말했다.

대부분의 기관이나 단체가 그러하듯이 정신건강증진센터도 인력난과 예산 부족에 어려운 상태다.

박 팀장은 “우리 센터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기관은 아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상담을 하는 것인데, 예산이 적다보니 사람구하기도 벅차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바쁘고, 힘들때도 있지만 많은 시민들이 정신건강에 대해 혼자 해결하기보다는 꼭 우리센터가 아니라도 상담기관에 도움을 받았으면 한다”며 “이야기만 나누더라도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 울산 정신건강증진센터 설치현황 (자료: 울산시)

 

구분 남구 동구 북구 울주군
장소 남구보건소내 동구보건소내 북구보건소내 삼남면 서향교
1길 6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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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관리수 168명 177명 137명 194명
예산(백만원) 273 273 243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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