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건강도시 울산만들기 - ② 내 옆의 주치의 ‘보건소’

▲ 울산 동구보건소는 지역 아동들의 아토피, 천식, 비염 예방관리사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환우 부모들의 자조모임에서 기체조를 하는 모습.

‘보건소=예방접종’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요즘 보건소에서는 예방접종뿐 아니라 건강검진, 방문관리, 치매상담은 물론, 알콜상담센터 운영, 아토피관리까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며 주민 건강 증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이런 보건소(보건의료원 포함) 254개를 비롯해 보건지소 1283개, 도시보건지소 32개, 보건진료소 1895개, 보건분소(출장소 포함) 31개 등 총 3495개의 지역보건기관을 설치·운영중에 있다. 울산은 보건소 5개, 보건지소 8개, 보건진료소 11개 등 24개의 보건진료기관이 있다.

공중보건사업부터 취약계층 건강관리·운동처방 등 역할 강화
동구보건소의 지자체 첫 ‘아토피·천식 예방관리사업’도 호평
2009년 전국 보건기관 3462곳…10년전 3459곳과 비슷한 수준
공공의료분야 국가재정 비율은 亞 최하위 ‘양·질적 정체’ 우려

◇60여년간 국민건강 증진시킨 보건소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보건소는 지난 1946년 서울시 모범보건소가 모태로, 이후 1956년 ‘보건소법’ 제정 이후 60여 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국민의 질병예방과 건강증진에 힘쓰고 있다.

이런 보건소는 지역사회 주민의 건강향상을 위한 보건의료서비스를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펼치며 그 결과 후진국 질병의 상징이었던 결핵과 나병, 수인성전염병 등 대부분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이제는 국민들의 건강수명 100세 시대를 코앞까지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제 보건소하면 떠올리던 예방접종과 방역, 그 이상의 역할과 기능을 하는 공공보건의료 분야의 최전선에 있다. 

▲ 울산 동구보건소가 학교에 직접 찾아가 아동들을 대상으로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를 하는 모습.

최근 보건소에서는 공중보건, 질병예방, 건강증진, 보건교육, 응급의료 등 기존의 지역보건업무외에도 금연클리닉, 치매관리사업, 구강·정신보건 등 시대에 맞는 보건사업을 계획·운영중이고, 아토피·천식·비염, 직장인장애재활 등 지역에 맞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의료비 지출이 부담스러운 저소득층과 사회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건강관리와 질병예방, 건강검진사업과 의료비 지원도 병행하는 등 지역사회의 보건소는 사회취약계층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앞장서고 있으며, 건강 검진은 물론 개인별 운동처방과 한방 치료, 의료비 지원까지 다양한 의료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 특화서비스로 주민만족도 높여

전국의 보건소에서는 각 지역별로 주민들의 건강관리를 위한 특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보건소는 병원 못지않은 시설로 U-헬스케어시스템을 통한 주민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어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하며, 비만도 검사·체성분 검사·공복혈당 검사(당뇨병 검사)·이상지질혈증 검사(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LDL)와 치매 조기발견을 위한 간이 정신상태검사(K-MMSE)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서울 서초구보건소는 ‘맘앤베이비누리’라는 특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아이를 낳은 가정을 간호사가 직접 찾아가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을 관리하고, 육아 관련 정보 제공 및 기저귀나 육아책자 등의 출산 축하선물도 제공해주는 이 프로그램은 따로 신청할 필요 없이 출생신고를 하면 3개월 이내 사전 통화한 뒤 간호사가 가정을 방문한다.

울산에서는 동구보건소가 울산 지자체 처음으로 운영한 아토피·천식 예방관리사업이 눈길을 끈다.

아토피 사업은 지난 2009년 질병관리본부 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운영중에 있으며, 누적등록인을 포함해 2009년 45명, 2010년 170명, 2011년 201명, 2012년 294명, 올해 38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유치원, 어린이집, 초등학교 23곳의 아동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토피 안심학교와 함께 환아 부모들의 심리적인 지지를 위한 아토피 자조모임과 아토피 캠프도 함께 운영중이다.

지역내 18세 미만 아토피·천식 질환자 중 월평균 소득 80% 이하의 대상자에게는 의료비지원과 무료검사 의뢰, 보습제 지원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제자리 걸음하는 공공의료의 현실

하지만 보건소 등 공공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역할은 강조되면서도 양적·질적으로는 몇년째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스럽다.

1999년 전국의 3459곳이었던 보건기관은 10년 이후인 2009년에는 3462곳(2013년 3495개)으로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1999년 1만9411곳의 민간 병·의원이 10년뒤에는 2만9379개소로 크게 증가한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눈에 보이는 양적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공공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중앙정부의 재정지출 비율도 주요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아시아 개발도상국들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 질적으로도 정체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본부 오영호 연구위원의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의 정책방향과 과제’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의 공공성을 나타내는 공공보건의료비 비중은 2009년 58.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72.5%에 비해 상당히 낮았으며, 의료비 본인부담비율은 2009년 32.4%로 OECD 국가 중 칠레와 멕시코 다음으로 높았다.

오 위원은 “우리나라는 공공보건의료의 공급이 취약할 뿐만 아니라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도 미흡하고, 민간중심의 의료공급체계 등으로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상승’과 사회취약계층 및 재난·재해 등의 응급상황에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보건의료서비스를 적절히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안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국가는 각종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수단으로 독자적인 공공보건의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인구수와 지역면적 등 기본사항을 고려한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확충 및 연계망이 미흡해 독자적으로 전국을 포괄할 수 있는 안전망이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라고 우려했다.

결국, 보건의료를 지금처럼 양적으로 급속히 팽창중인 민간부문이나 시장에만 맡겼을 때 의료기관 등 의료자원이 부족한 의료 취약지역이 발생할 수 있으며 경제적 부담능력이 없는 의료 취약계층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보건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이 상호 보완적·협력적 관계 속에서 공공의료분야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 광역시별 지역보건기관 현황 (단위: 개, 2012년말 기준)
 

시도별 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총계 51 31 28 59 19 21 24
보건소(보건의료원 포함) 25 16 8 10 5 5 5
보건지소 ­ 8 8 22 ­ 7 8
도시보건지소 4 2 2 4 4 1 ­
보건진료소 ­ 5 9 23 10 8 11
보건분소(출장소포함) 22 ­ 1 ­ ­ ­ ­

■ 우리나라와 OECD 국가의 보건의료비 중 공공재원비율 (단위: %)
 

연도 한국 OECD
2004 52.6 71.9
2005 52.6 71.9
2006 55.3 71.6
2007 55.8 71.7
2008 55.9 72.2
2009 58.2 72.5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04~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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