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일반적으로 숲 속의 공기는 향기가 나고 깨끗하다고 알고 있다. 숲 속의 바닥에는 항상 떨어진 나무 잎이나 곤충과 같은 생물의 주검이 계속해서 부패가 진행되고 있어서 냄새가 날 것인데도 그러한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 이는 살아 있는 나뭇잎에서는 테르펜(terpene)이라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발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물질은 악취를 중화시켜 냄새를 없애거나, 균을 죽이기도 하며, 때로는 인간에게 향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테르펜은 식물이 내는 탄소와 수소원자만으로 된 화합물의 총칭이다. 탄소수가 10개인 것을 모노테르펜(monoterpene)이라고 하며, 15개인 것을 세스퀴테르펜(sesquiterpene), 20개인 것을 디테르펜이라고 한다. 특히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는 많은 양의 테르펜을 발산하는데, 알파피넨(α-pinene), 베타피넨(β-pinene) 혹은 마이센(myrcene)과 같은 모노테르펜이 주성분이다. 테르펜의 각 성분은 각 성분마다 순수한 제품으로도 시약 상에서 구입할 수가 있으며, 각각 구입하여 냄새를 맡으면 피넨이나 마르센과 같은 물질이 숲에서 나는 냄새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뭇잎 외에도 과일 속에도 많은 양의 테르펜이 포함되어 있는데, 특히 우리가 좋아하는 귤껍질(citrus peel)의 냄새는 리모넨(limonene)이라는 모노테르펜이 주성분이다. 귤껍질을 짜서 받아낸 식물기름(essential oil)은 천연세제, 윤활유, 향료, 향수 등 다양하게 우리 생활에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식물기름은 정유(精油)라고도 불리며, 정유의 어떤 성분들은 살균성을 가지고 있어서 피톤치드(phytocide)라고도 불린다. 피톤치드는 1928년 러시아의 한 생화학자가 어떤 식물은 스스로 박테리아로부터 보호하고 또 어떤 곤충이나 동물로부터 먹히는 것을 막는 물질을 발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붙인 이름이다. 따라서 숲 속에는 이러한 성분이 휘발되어 떠 있어서, 공기 속에 균을 죽여 공기가 깨끗하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호흡기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숲 근처에서 치료하면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여 실내에서 화분을 키우는 집도 있지만, 실내 공기처럼 밀폐되어 있는 곳에서 휘발된 테르펜이 건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아직 알려져 있지는 않다.

에센셜 오일 즉, 식물 정유는 특히 향긋한 꽃이나 식물의 잎 혹은 줄기를 가열하여 얻은 액을 말하는데, 테르펜 이외에도 페르펜에 산소같은 원자가 결합해서 만들어진 화합물인 테르페노이드(terpenoid)로 되어 있다. 식물에는 다양한 테르펜 및 테르포노이드가 포함되어 있어서 이들 화합물의 조성에 따라 각 식물마다 독특한 향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조향사는 여러 가지 식물 정유와 향 성분을 혼합하여 다양한 향 질을 나타내는 향료나 향수를 만들어내는 전문가를 말하며, 향수 뿐 아니라 화장품, 식품, 섬유, 의약품 등 다양한 산업에서 조향 기술을 이용되고 있다. 예로, 유카리 오일(Eucalyptus oil)은 유카리 나무의 정유로서 모기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냄새로서의 정유는 서양의 지식이며, 그러한 의미로는 국내에서는 여전히 개척의 여지가 많은 분야이다.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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