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1개 완성차업체 각종 신기술 경쟁
현대車 타보려 줄 선 관람객에 자부심도
신성장동력 적기 발굴로 명성 이어가길

▲ 강석구 울산중소기업협회 회장

11월23일 모터쇼 참관을 위해 방문한 일본 도쿄의 가을하늘은 맑고 푸른 날씨였다. 모터쇼 참관에 앞서 요코하마항에 정박해 있는 NYK 히카와마루라는 선박을 견학했다. 1930년부터 요코하마항에서 미국 시애틀항간을 30년간 운항하면서 태평양의 여왕(PACIFIC QUEEN)으로 불렸던 당시의 호화여객선을 견학하면서 그 시대 우리나라와 비교해보니 사뭇 만감이 교차했다.

올해로 43회를 맞는 도쿄모터쇼(The 43rd Tokyo Motor Show 2013)는 오다이바 빅사이트 전시장(Tokyo Big Sight)에서 11월22일부터 12월1일까지 10일간 개최됐다. 도쿄모터쇼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파리 오토살롱, 디트로이트 모터쇼,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와 함께 세계 5대 모터쇼 중의 하나이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자동차박람회이다. 올해는 ‘세상에 없는 미래를 향해 경쟁하라’(Compete! And shape a new future)를 주제로 총 31개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가 참여해 다양한 완성차와 각종 신기술을 선보였다.

3만5187㎡의 전시장에 85만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고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설치한 대형 버스와 대형 트럭의 전시부스 주변에 시승을 기다리는 관람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울산에서 세계적인 모터쇼를 개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차 전시회를 겸하면서 울산지역 중소기업들이 만들어내는 부품들도 함께 선보이는 모터쇼가 열린다면 오토밸리를 중심으로한 자동차부품산업이 활성화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지 않겠는가.

일본 자동차 메이커가 선보인 신차는 연료전지차가 단연 인기였다. 앞 범퍼는 열려 있고 엔진이 탑제돼 있어야 할 위치에는 필요한 물건을 넣을 수 있도록 텅빈 공간으로 되어 있어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미래의 자동차는 휘발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구동이 아닌 충전된 연료전지에 의해 구동된다면 엔진과 부품을 만드는 그 많은 공장과 협력업체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야말로 ‘세상에 없는 미래를 향한 경쟁’이란 말이 실감났다. 우리 중소기업들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긴장감이 절로 생겼다.

우리나라는 현대자동차에서 처음으로 생산한 1.5ℓ급 엔진인 α-엔진 개발에 공헌한 이현순 박사를 비롯한 연구진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엔진국산화에 성공했고, 이 ‘알파엔진-트랜스미션’은 1991년 과학기술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제1회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또한,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구보 회장의 로얄티 삭감 제안을 거부한 고 정주영 회장이 10년 후인 2004년 소나타에 탑제되는 2ℓ급 θ-엔진을 개발하여 구보 회장의 예언을 적중하듯이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에 1000만달러의 로얄티를 받고 θ-엔진의 설계도를 역수출하는 혁혁한 성과를 이루어내기도 했다.

자동차산업은 1만2000여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종합기계산업으로 ‘산업의 꽃’이라고 한다. 수많은 중소기업,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현대자동차의 주력공장이 울산에 세워진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그런데 근래들어 현대차 내에서 울산공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게다가 해외공장에 비해 생산성이 낮다는 소식을 접할 때면 불안감도 겹친다.

‘산업의 꽃’이 핀 울산,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 미국의 디트로이트시처럼 시민과 공장이 떠나가는 폐허의 도시가 되지 않도록 예방을 위한 실천의지를 굳건히 해야 할 때이다.중소기업들도 5년, 10년 후를 내다보는 예지력을 키우고 미래성장 동력을 적기에 발굴하여야 할 것이며, 이런 관점에서 이번 동경모터쇼는 창조경제 실천과 청년일자리 창출 방안을 느끼고 배우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것이다.

강석구 울산중소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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