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가을이 깊어져 낙엽이 떨어지니 그리운 냄새가 생각납니다. 그리운 냄새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냄새로, 필자에게는 예를 들면, 어린 시절 연막 소독차를 따라다니면서 맡았던 소독약 냄새, 길가 드럼통 속의 고구마 탄 냄새, 차가 별로 없던 시절 차량의 배기가스 냄새, 그리고 신차를 사게 되었을 때 차안의 신차 냄새 등 당시는 좋게 느껴졌던 냄새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러한 냄새가 옛날에는 좋은 냄새로 생각했지만, 세월이 지나 공부를 해보니 결코 남에게 추천할 수 있는 냄새가 아님을 알았습니다. 반대로 저에게는 어린시절 좋은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냄새가 지금은 좋은 냄새로 바뀐 것도 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된장, 김치, 막걸리 냄새와 같은 발효식품 냄새입니다. 특히 청국장 냄새는 정말 싫었던 냄새였는데, 나이 50이 되어서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막걸리 맛도 또 10년을 지나니 알게 되었답니다. 김치의 경우도 신선한 김치의 냄새 뿐 아니라 묵은 김치의 냄새도 좋은 줄 알게 되었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현상이 과메기나 숙성홍어에도 나타납니다. 이러한 경험은 아마도 다른 사람에게도 같겠지요.

그런데 여기서 일본 사람의 김치 냄새에 대한 변화를 잠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전부터 일본 사람들도 김치가 한국의 고유 음식임을 알고 있었지만, 김치 속의 마늘 냄새, 고추의 매운 냄새 그리고 젓갈 등 발효 냄새 등으로 인해 2004년쯤까지 만해도 김치를 악취가 많이 나는 혐오식품으로 알고 있었답니다. 특히 매운 고추는 위장에 지나친 자극을 준다는 것으로 몸에 좋지 않는 식품이라고 가르쳤으며, 한국 사람들에게 위암이 많은 이유를 김치 탓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2005년쯤이었을까, 배용준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방영되면서 김치에 대한 견해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즉, 한국 드라마의 위력은 김치는 고추 때문에 위장에 좋지 않다고 하던 일본 공영방송 NHK가 바로 그 고추 때문에 몸 속의 피가 구석구석까지 잘 흐르게 하는 효능이 있어서 좋다고 말을 바꾼 것입니다. 그러더니 재일 교포들이 먹던 김치의 냄새가 좋은 냄새로 바뀌고, 보통의 수퍼마켓에도 김치를 진열하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냄새 100선(일본 환경성이 일본 내에서 좋은 냄새가 풍기는 100곳을 지정하여 붙인 이름) 중에 우리 교포가 가장 많이 사는 오사카의 츠르하시(鶴橋) 한국시장을 포함시켰다는 것입니다. 선정이유를 츠르하시 한국시장에는 맛좋고 향 좋은 김치와 불고기 냄새를 풍기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운 냄새로 기억된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냄새란 사람에게는 같은 냄새라도 시간과 공간에 따라 좋고 나쁨이 바뀐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또한 냄새를 잘 음미해야 진정으로 좋아야 할 냄새와 피해야 할 냄새를 깨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보기 좋은 것 혹은 맛있는 것에만 가치를 부여할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좋은 냄새란 무엇인지 또한 보존해야 할 냄새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할 만한 일로 생각됩니다. 혹시 정자항의 비릿한 냄새, 봉계 불고기 단지의 고기 굽는 냄새, 혹은 서생의 배꽃 냄새가 추억의 냄새, 그리운 냄새 나아가 정말 보존해야할 정도의 좋은 냄새가 될 수 있을까요?

양성봉 울산대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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