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진 주부

신문지면을 펼치면 어김없이 나오는 성추행, 성폭력 관련 기사들은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고, 우리의 성교육의 현주소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섹시함에 중독되어 있다.

어느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이 자신의 담임선생님(여)께 “선생님 오늘 섹시한데요.”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섹시하다는 뜻이 보편적으로 예쁘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 요즘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고 대수롭잖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성에게 섹시하다고 툭 내뱉는 것이 여성에 대한 칭찬이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꺼리낌없이 따라한 것일 수도 있고, 그것이 더 나아가 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키우는 일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섹시(sexy)라는 말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적으로 매력이 있다는 뜻인데, 흔히 여성에게 해당하는 칭찬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여성성에 대해 왜곡된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여성이 성적으로 매력적이거나, 예쁘거나 하면 더욱 가치가 있고 여성도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인기 걸그룹들의 퍼포먼스와 댄스의 경향이나 그것의 사회적 확산에서도 여실이 드러난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재롱잔치나 발표회에 가면 흔히 아이들이 걸그룹처럼 몸매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섹시댄스를 춘다. 연예인을 더 잘 흉내내면 부모들은 탄성을 자아내기 때문에 유치원에서는 열심히 연습을 시키는 모양이다. 물론, 취학전 아동들의 앙증맞은 몸짓과 의상이 귀엽기는 하다. 그냥 어린아이들의 ‘예쁜짓’ 정도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성팬들을 타깃으로 섹시하게 보이려고 하는 걸그룹들의 난해한 의상과 동작들을 열심히 따라하는 우리 어린이들이 은연중에 어릴적부터 여자는 섹시하게 보여져야 하고 예뻐야만 한다라는 의식을 형성해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상파 방송에서도 어린여자아이들(6~7세)이 연예인이 되고 싶어 끼와 재능을 뽐내는 오디션에 참가, 걸그룹의 춤을 기가 막히게 따라하고 섹시한 동작을 스스럼없이 하는데, 그것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훌륭하다며 박수를 치고 환호한다.

이것이 일시적인 재롱잔치나 오디션 등 국한된 상황이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지만, 유치원 재롱잔치를 끝내고 어린이집에 입학한 아이들은 지상파 쇼 프로그램과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더 많이 이런 춤과 노래에 중독돼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초등학교는 토요스포츠데이, 중학교는 평일에도 정규수업 외에 스포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요즘은 많은 중학교들이 방송댄스라고 하여 최신 유행하는 댄스를 배우는데, 섹시하게 춰야 소위 ‘춤이 산다’고들 하면서 섹시함을 부추기고 있다.

스포츠활동의 하나이지만, 유행처럼 연예인 섹시댄스를 따라하는 것이 과연 청소년들의 건전한 가치관 성립에 옳은 일인지 심히 염려가 된다. 무엇보다 여성은 우선 섹시하고 예뻐야 경쟁력이 있고, 그런 표현들이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는 현실에서 자라나는 우리의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을 가질 수 있을 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일부 몰지각한 어른들은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여성을 상품화하지만, 아이들은 그것을 알아채기 전에 잘못된 성의 가치관을 가진 어른이 되어버린다. 우리 사회의 미래인 아이들이 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김수진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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