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교수·요가과

나이가 나이이다보니 이제 노후대책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가 간혹 있다. 노후대책을 세웠냐는 어느 지인의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답한 적이 있다. 무엇을 할것인가 라는 그 다음 질문에 시를 쓸 것이라고 답한 적이 있다. 지인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뭘 먹고 살죠? 라고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세끼 먹는 것, 두 끼 먹고 살죠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답이 툭 튀어 나와서 조금은 놀라웠지만 기분이 좋았다.

인도의 힌두전통에서는 아슈라마 다르마로 불리는 인생의 4주기가 있다. 인생을 크게 네 단계로 나눈다. 첫째 단계는 생존의 기본 요소를 배우는 아동기와 학생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지식보다는 지혜를 배우며, 부모나 스승에게 봉사하는 것을 배운다. 둘째 단계는 가장으로서 결혼하고 일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시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가장으로서, 또는 사회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다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셋째 단계는 노년기로서 고용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시기이다. 가정을 가지고 있지만 고요한 곳을 찾아서 명상을 하며 금욕적인 수행을 하는 시기이다. 넷째 단계는 일체의 물질적인 소유와 가족관계를 버리고 승려처럼 살아가는 시기이다. 처음 두 단계는 사회적인 의무를 수행하는 것과 관련되며, 다음 두 단계는 사회로부터 물러나 개인의 영성을 추구하는 단계다.

물론 모든 인도인들이 이러한 네 단계로 살아가지는 않지만, 인도 여행 중 만나는 출가승들을 보면 한때는 직장을 가졌고 가정을 가졌던 분들이 꽤나 많다. 실직을 당했거나 가족의 불화로 어쩔 수 없이 헤어진 경우가 아니라 잘 나가던 직장이나 화목한 가정을 버리고 구도의 길로 나선 것이다. 남루한 옷차림에 가진 것이라고는 보따리 하나 정도이다. 보따리 안에도 경전이나 신에게 기도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묵주 같은 소지품이 전부다. 출가승도 여러 성품이어서 어떤 출가승은 관광객에게 돈을 구걸하기도 하며, 카세트, 시디플레이어 등 제법 많은 것을 들고 다닌다. 그렇더라도 일반인에 비하면 가진 것이 별로 없다. 이들의 일과는 기도로 시작하여 기도로 마감한다. 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은 평온해보이며 눈은 영혼의 충만감을 말하는 듯 깊어 보인다. 어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경제적 능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진 것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한다. 물질적인 풍요와 소유도 중요하지만 더 절실한 노후대책은 정신적인 풍요와 영적인 삶이리라.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교수·요가과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