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14일까지 3일동안 태화강 둔치 일원에서 펼쳐졌던 처용문화제는 올해도 집안 잔치로 끝났다. 처용문화제추진위원회가 기획한 각각의 행사는 예년에 비해 상당히 정돈되고 호응도도 높았으나 35회의 역사를 가진 울산의 대표축제라는 이름에 걸맞는 축제라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지역축제의 목적이라할 수 있는 지역민의 단합, 지역 정체성 확립을 통한 자긍심 고취, 특산물 홍보 및 관광수익 증대 등 어떤 목적도 달성했다고 하기 어렵다.

 울산에는 처용문화제 외에도 많은 축제가 있다. 지방자치제가 되면서 기초단체마다 한두개씩의 축제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10월에만 해도 처용문화제에 이어 옹기축제, 봉계한우불고기축제, 공단문화제가 차례로 열린다. 또 고래축제, 태화강축제, 장승축제, 해맞이축제, 언양불고기축제, 진하바다축제 등 10개가 넘는 축제가 지난 5~6년간 "피고지고"했다.

 이제 지역축제를 재정립해야한다는 목소리는 전국적으로 높아가고 있다.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면 울산의 축제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 우선 처용문화제를 포함한 울산의 모든 축제를 소규모화하자는 주장을 하고 싶다. 언제나 최대·최고만을 지향하는 우리의 정서에 배치되는데다 항상 예산부족에 시달리는 주최측의 입장에서는 얼토당토 않는 말이겠지만 이제 축제의 생존은 특성화에 달려 있고 특성화는 백화점식 나열에서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학적, 학문적으로 수많은 성과를 내고 있는 처용이 축제로서 자리를 잡지 못하는 것도 대표축제라는 거창한 타이틀 속에 치러지는 대규모가 문제라고 본다. 록페스티벌이, 10대들의 무대가, 국제민속춤페스티벌이 왜 처용문화제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행사가 되어야 하는가. 이런 행사는 축제가 아닌 단일 문화행사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여름철 강동해변에서 열리는 정자재즈페스티벌이 그 본보기가 될 것이다.

 처용문화제는 처용에 깊은 관심을 가진 민간단체가 중심이 되어 인간문화재를 초청해서 처용무 함께 즐기고, 처용학술심포지엄, 처용탈, 처용설화 재현극 등 처용과 관련된 프로그램만으로 작은 축제를 만든다면 처용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절로 울산을 찾는 관광축제가 될 것이다. 물론 행사장은 태화강 둔치가 아니라 처용암 일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울주군 두북면 농민들이 주최하는 황우쌀축제가 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이 작은 축제는 마른 하천에 솥을 걸고 추어탕을 끓여 온주민이 나눠먹고 도랑에서 고기도 잡고 논밭에서 메뚜기도 잡으면서 청정 황우쌀을 홍보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태화강축제도 규모를 키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인들이 중심이 되어 무대 없는 작은 규모의 거리축제로 변모해야할 것이다. 또 고래축제 역시 고래탐사나 고래전시회 등 간단한 행사로 줄여야 한다. 왜 한결같이 "비싼" 무대를 만들어 춤추고 노래하는 축제만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 언양불고기축제에서 가장 인기있었던 것은 불고기판매장이었지 무대공연이 아니었다. 그날만큼은 싼 값에 불고기를 마음껏 먹기 위해 축제장에 가는 것이다.

 문화관관부가 선정, 재정지원하는 축제는 모두 이름만 들어도 그 축제의 성격이 드러날 뿐 아니라 지역성도 읽을 수 있는 것들이다. 보령 머드축제, 부산 자갈치축제, 안동 민속탈춤페스티벌, 고성 공룡나라축제, 대전 사어언스페스티벌, 무안 연꽃축제 등 처음 듣는 이름이라도 낯설지 않는 정체성을 가진 축제들이다. 우리가 이들 축제를 찾아가는 것은 춤추고 노래하는 무대를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 이름에 걸맞는 자연환경이나 프로그램을 때문이다. 우리도 자랑할 축제를 갖고 싶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