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매여 내달리지 못했던 2013년
새해엔 흑백논리·낡은 이념대결 대신
타인에 대한 관심과 유대로 나아가길

▲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2013년 안녕하였는가?” 신년 달력을 보며 올 한해를 되새겨 보고 새해를 계획할 때가 되었음을, 세월의 빠름을 동시에 느낀다.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응답하라 1994’ 드라마가 연말 또 하나의 공유가치를 만들고 있다. 돌아보니 2013년은 과거사에 얽매여 앞으로 달려보지 못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작년 12월19일 끝난 대선 후유증과 과거사 논쟁에 파묻혀 있었고, 진보와 보수의 낡은 이념대결은 흑백의 이분법 논리에 갇혀 하루를 그렇게 보내왔는가 보다. 오늘과 미래는 실종된 채이다.

2013년 12월, 세계는 범상치 않는 두 죽음(空)을 만났다. 하나는 깊은 애도와 존경으로, 다른 하나는 충격과 경악으로. 만델라와 장성택의 삶과 죽음은 지구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보편적 인류애를 안고 27년4개월의 수감생활을 한 만델라는 “나는 다시 산다 해도 똑같이 할 것이다. 우리 국민이 억압받고 행복하게 삶을 즐기지 못하는 한 그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이 나의 의무였으며, 앞으로도 몇 번이고 그렇게 할 것이다”는 말을 남겼고, 장성택의 반인륜적 처형소식은 북한의 권력구축 과정에서 유일체제구축때까지 계속되었던 두 선대의 숙청방식을 예외없이 보여주며 북한체제와 한국 문제의 구조와 본질을 현실의 실제 문제(남북대치상황)로 끌어냈다.

만델라가 가장 많은 말을 남긴 대목은 ‘교도소’다. “옥살이가 도움이 된 게 있다면 고독의 정적을 통해 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진실한 말이야말로 사람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라고 했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무의미하고 자기중심적인 말의 쓰레기 더미속에 살고 있지는 않았는지?

텍사스 크리스천대학의 제프 페럴 교수는 쓰레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학자다. 애리조나 대학의 종신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8개월간의 외도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집했고, 재활용품으로 생활을 한 뒤에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라는 책을 썼다. 과거와 기억이 담긴 물건들이 통째로 버려지는 것을 보며 개인의 삶도 복원이 가능할 것 같다고도 했다. 쓰레기 속에 있던 잡지와 책, 주요 고서들을 찾아내 공부까지 했다. 그는 이것을 ‘길거리의 깨달음’이라 했다. 쓰레기를 명상을 방해하는 오물로 생각해 온 일반의 생각과는 달리 제프 페럴은 명상과 깨달음의 존재로서 그 가치를 끌어 올린 것이다.

사물을 대하는 관점과 태도의 차이가 또 다른 가치를 창조한다. 지난 8월 ‘슈퍼스타K5’에 출연해 가수 김광석의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란 노래를 부른 김대성(59) 스테파노는 자신의 인생을 담담히 불러내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 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그렇다 잠시 머물다 그렇게 사연을 남기고 떠나 ‘공(空)’으로 돌아감이 자연의 이치다. 더 늦기 전에 ‘공유(共有)하는 삶’을 살아보자. 만델라의 말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가 인간의 유대, 타인에 대한 관심을 기본적인 인생관으로 삼았으면 좋겠다. 성철스님이 “어떤 것이 옳은 삶입니까?”라는 물음에 “세상과 거꾸로 사는 것이다”고 답한 것처럼 나를 버리고 남을 위해 산다면 당장에는 배가 고파 죽을 것 같지만 남을 위해 노력한 그것이 근본이 돼 내 마음이 밝고 맑아질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대자보 몇 십장 붙는다고 세상이 달라지진 않는다. ‘나’가 아닌 ‘우리’의 현실에 죄책감과 동시에 책임감을 갖는 사회의식으로 진일보하는 기초적 단계일 뿐이다. 뭐든 사고파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죄책감도 책임감도 분노도 소비재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 ‘응답하라’로, 다시 ‘안녕들 하십니까?’로 갔다가 언제든 다시 ‘아프니까…’로 되돌아갈 수 있다. 아날로그적 감성의 유통기한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대자보에 이념을 부여하지 말고 이번 기회에 리딩(Reading)하고 사색하는 것을 대한민국의 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

성종형 GoldenWay Group CEO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