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보냈다. 서구사회에도 가을에 풍성한 수확을 거두고 추수감사를 지낸다. 우리에게 추석은 햇곡식과 햇과일을 조상에게 받치면서 온 가족이 모여 나누어 먹는 의미있는 대 명절이다.

 올해도 역시 남한의 4천 5백만 인구 중에 약 3천만 명이 각 가족을 찾아 동서남북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민족 대이동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동안 헤어졌던 가족과 친지를 만나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는 등 나름대로 바쁜 10월 초를 보낸 것 같다. 이러한 한국인의 풍속을 지켜보는 많은 외국인들은 우리의 이러한 풍속을 처음에는 이해를 잘 못하다가 아무리 교통이 복잡해도 이것을 감수하고 인간의 정을 찾아가는 우리들의 모습보고 부러워한다고 한다.

 우리의 삶이 선진국과 비교해보면 도로사정이나 여러 가지 생활하기에 불편한 제도가 산재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매년 명절 때마다 가족을 찾아가는 풍경을 만들며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특히 복잡한 현대 삶에서 명절 만큼 가족끼리의 유대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어디 또 있을까?

 유럽도 가족만 모이는 명절이 있는데 그것이 예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이다. 그네들도 나름대로 전통음식을 해서 먹기도 하는 가족의 명절인 것이다. 예를 들면 독일은 12월 25일과 26일을 공휴일로 해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가족끼리 만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우리처럼 제사를 지내지는 않기에 노동에 대한 큰 부담없이 만날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조상에게 제사도 지내야하는 명절이 현대 여성에게는 어떤 의미를 주는가. 약 열흘전, 추석이 지난 뉴스에서 명절이후 이혼이 평상시보다 두 배나 접수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평상시 쌓여있던 갈등이 가족이 모여 역할을 분담하던 상황에서 문제가 생긴다고들 한다. 글쎄 그렇다면 우리 가족은 그 만큼 평상시 서로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아니면 가족구성원끼리도 어느 한쪽이 기득권을 갖고 권위적으로 상대방에게 요구하는 유교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지금은 우리사회가 얼마나 바뀌고 또 변했는가.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서양식의 가치관이 교육이나 문화적 영향을 받아 형성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도 유교관에서 나온 수직적 인간관계보다 수평적 인간관계에 익숙해지고 그들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행동한다. 그래서 현대가족이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이러한 세대차 갈등과 역할분담으로 간주된다.

 여기서 가정에서 여성들을 보더라도 현대 여성들은 학력이 높아지고 게다가 맞벌이까지 하다 보면 가사노동에서 멀어지거나 익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여하튼 명절날 부엌일을 잘하던지 못하든지 대부분의 여성들은 부엌 앞에서 음식과 설거지 등을 하면서 명절 대부분을 부엌에서 지낸다. 그렇다면 언제 여성들은 가족과 함께 명절을 큰 부담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요즈음 명절을 지내는 모습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들 한다. 즉 여성들의 가사노동을 각 가족 나름대로 해결한다고들 한다. 그래서 동서끼리 음식을 나누어서 해온다거나 남자들이 설거지를 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다. 물론 사소한 것이지만 이러한 행동의 내면에 서로에 대한 존중과 평등이 들어 있으면 현대 시대상에 어울리는 멋진 가족이 될 것이다.

 또 다른 명절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조금씩 변해 가는 가족구성원들의 모습과 함께 같이 생각하며 행동하는 명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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