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국제도시로 한단계 도약할 때입니다
역사·문화·관광도시로 우뚝 서야
중구 원도심 재창조 다양한 노력

▲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남미 에콰도르 해안에서 약 1000k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는 19개의 작은 섬들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군도가 있다. 생태적·지역적으로 외부와 단절되어 있어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요즘은 오히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많다고 한다.

최근에는 외부와의 단절된 형태로 발전을 모색하였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반대로 퇴보하는 경우를 일컬어 ‘갈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부른다. 가장 많이 인용되는 예가 바로 일본이다. ‘잘라파고스 신드롬’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세계적 흐름에 부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모델을 고집함으로써 국제적으로 외면을 당하는 일본의 폐쇄성을 지적하는 경우에 자주 인용된다. 어느 날 이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울산 역시 전국 제일의 소득이라는 풍요의 늪에 빠져 울라파고스(울산+갈라파고스)로 점점 전락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생겼다.

제조업과 공장으로 표현되는 2차 산업의 정체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겪어야 하는 과정으로 이제 우리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의견을 수렴하여 물질적·정신적 번영을 이루기 위한 창조경제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울산 역시 ‘울산’이라고 하는 브랜드의 부가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3, 4차 산업의 필요성이 절실히 대두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만원짜리 물건의 품위를 높이기 위해 이만원을 들여 정성스레 포장을 한 뒤 오만원에 되파는 ‘가치창조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1만년 전부터 따뜻한 기온 속에 물고기와 고래가 뛰어노는 풍부한 식량자원과 철기와 소금이 넘쳐나던 풍요의 도시 울산의 오랜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 한번 풍요의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 또한 빵 없이 살 수 없지만 빵만으로도 살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지속가능한 풍요에 걸맞는 문화·관광산업의 역할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년 우리 중구의 문화거리축제의 한가운데에서는 멀리 러시아의 네빌스크 시에서 온 러시안들이 주민들과 함께 하며 흥겨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는 않지만 주민들과 마음을 나누며 마두희 줄다리기를 즐기는 한편, 따뜻한 태화강변을 거닐면서 매서운 추위로 인해 키 작은 대나무밖에 없는 러시아와는 달리 무성한 숲을 이루고 있는 십리대숲을 보면서 “뷰티풀~”을 연발했다. 중구에도 세계적으로 통하는 문화관광자원이 있음을 증명하는 모습이었다.

요즘은 낙후되고 오래된 지역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어 사람이 살기 좋은 특색있는 곳이라는 소문이 나게 되면 국내외 사람들이 찾아오는 지역화와 글로벌화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대이다. 인근 부산의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의 성공적 안착과 ‘근대로(路)의 여행’으로 널리 알려진 대구 중구 근대골목이 대구 경제를 활성화하는 중심축이 된 것처럼 역사 이래로 울산의 중심지이자 산업화로 쇠퇴되었던 중구의 원도심을 탈산업사회로 나아가는 울산 발전의 원동력으로 만들기 위해서 맛있는 빵을 만들기 위한 제빵사의 노력과 소비자의 평가, 빵을 잘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을 만드는 사람 모두의 힘이 필요한 것처럼 지역주민, 예술가, 상인, 대학, 행정 등의 각계각층이 합심하여 도시 재창조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는 중이다.

더 나아가 울산의 종갓집으로서의 중구는 병영성, 울산왜성, 울산읍성, 계변성, 반구동 토성과 같은 성(城) 유적과 향교, 동헌, 구강서원 등과 같은 오랜 역사문화자원을 지속적으로 보존하고 복원하면서, 세계적 자원이 된 우리 한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한글마을과 청동기 시대부터 통일신라시대까지 이어진 고분군과 차밭유적을 테마로 한 다운역사공원 조성 등을 통하여 중구만의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드높일 계획이다.

또한 울산이 전국 제일의 부자들이 사는 공장만 있는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오랜 역사와 문화, 관광이 살아숨쉬는 대한민국의 ‘숨어있던 보물’이라는, 발상을 달리한 새로운 이미지의 포장이 필요하다.

세계문화유산이 될 고대문화의 보고(寶庫) 반구대 암각화와 아름다운 영남알프스, 고래가 뛰노는 동해바다, 전국 제일의 산업관광과 같은 다양한 관광자원을 거시적 관점에서 통합하고 재구성하여 널리 알리면서 인근 지역인 부산·경남·경북과 연계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머물도록 하면 천년 전 처용이 들어왔던 신라에의 진입로이자 국제항이었던 울산의 국제화는 앞으로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만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그러나 격변하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울산의 120만 시민이 함께 움직인다면 여러 신성장동력 산업과 도시재창조, 문화·관광 분야를 통해 그 어떤 지역보다 풍요와 발전가능성이 높은 도시로 세계 속에 우뚝 서게 될 것을 믿는다.

박성민 울산 중구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