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 17명·경상 84명…부산외대 신입생 환영회중 참변 당해
사망자 가운데 울산출신 학생도 2명 있는 것으로 파악돼

▲ 붕괴된 체육관 지붕의 모습 / 김동수 기자 dskim@ksilbo.co.kr
17일 오후 9시10분께 발생한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로 신입생환영회를 하던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9명과 이벤트 회사직원 1명 등 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들은 현재 울산지역 병원 및 장례식장 등에 옮겨졌으며, 부상자들도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가운데는 울산출신 학생도 2명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소식을 듣고 찾아온 가족들은 넋나간 표정으로 오열하고 있다.

 18일 오전 9시 현재 매몰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은 사실상 종료됐으며 경찰은 마우나리조트 관계자와 학교측을 상대로 사고원인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눈 무게 못이겨 체육관 지붕 무너져
 이날 오후 9시10분께 경북 경주시 양남면 마우나오션리조트 본건물 옆에 샌드위치 패널구조(조립식)로 지어진 체육관(990㎡) 지붕이 붕괴했다.
 사고는 지붕이 수일에 걸쳐 내려 쌓인 눈 무게를 못이겨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붕괴된 체육관은 대부분 구조물이 샌드위치 패널로 임시 건물과 비슷하게 지어졌다. 밖에서 보면 2층으로 보이지만 안에서는 단층구조로 지붕이 높은 형태의 건물이다.
 최근 1주일 동안 경주지역엔 평균 50㎝의 눈이 내렸으며, 해발 500m가 넘는 고지대에 위치한 마우나오션리조트 일대에는 100㎝(울산 북구청 집계)의 폭설(습설)이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구조상 눈의 하중에 취약한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체육관이 일반적인 2층 건물과 달리 중앙 부분 등에 기둥이 없었던 탓에 지붕이 쌓인 눈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입생환영회 하던중 참변 ‘아수라장’
 이날 부산외대 신입생들은 총학생회 주관의 환영회에 참가했다가 변을 당했다.
 사고 당시 체육관에선 신입생들을 위한 축하공연이 한창이었으며 중국어·베트남어·미얀마어과 등에 속한 신입생 1천12명 중 565명이 참가한 상태였다.

 이들 중 100여명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지붕에 깔렸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고가 발생 하자 신입생 환영회가 한창이던 체육관 내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공연 열기가 고조될 무렵 무대쪽 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학생 수백명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

 아랍어과 신입생 이희민(19)군은 “강당 앞쪽 부분 천장이 갑자기 쩍쩍 금가는 소리를 내는 듯하면서 가라앉기 시작했다”며 “너무 놀라서 하나뿐인 뒤쪽 문을 통해 나가려 했는데 뒤쪽 천장이 한꺼번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 출동한 구조대원들이 구조용 내시경을 이용하여 매물자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 김동수 기자 dskim@ksilbo.co.kr

 사고가 순식간에 벌어진 탓에 미처 체육관을 빠져나가지 못한 학생들은 사력을 다해 탈출구를 찾다가 건물 잔해 더미에 깔렸다. “살려달라”고 울부짖었다.
 신입생 윤채은(19)양은 “한창 레크리에이션을 보고 있는데 친구들이 '어어' 하면서 놀라는 소리가 들리고 앞쪽 천장이 내려앉기 시작해 친구 손을 잡고 뒤쪽 문으로 뛰었다”며 “뛰던 중 뒤쪽의 지붕이 왕창 무너져 지붕에 다리가 깔렸고 친구의 손을 놓쳤는데 혼자서 다리를 빼내 나왔다”고 사고 순간을 떠올렸다.
 소방당국은 신고 접수 후 현장에 구조대를 급파했지만 리조트가 해발 500m의 산 정상에 있는데다 도로가 좁고 눈이 쌓여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구조대원 대다수는 진입로 입구에 구조차량을 세워둔 채 수백m를 걸어서 현장에 진입했다.
 또 사고 당시 경주지역에 눈발이 날린 것도 구급차량의 출동이 늦어진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구조대원들이 가까스로 현장에 도착했으나 어둠 속에서 피해자들을 구조하는데 또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경찰 마우나리조트 관계자 상대 수사 착수
 경북 경주경찰서는 마우나오션 리조트 붕괴와 관련해 사고수습이 끝나는대로 붕괴 원인을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며칠 사이 폭설이 내려 수십㎝의 눈이 체육관 지붕에 쌓였는데 제설을 하지 않고 행사를 진행하게 된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또 붕괴한 리조트의 체육관이 건축 관련 법이나 규정을 지켜 안전하게 지어졌는지도 조사할 계획이다. 무너진 체육관이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수백명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대형 리조트의 체육관이 너무 짧은 시간에 무너진 만큼 관련 법을 지키지 않고 강당을 건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울산 북구청이 최근 내린 적설량을 자체집계한 결과 마우나오션리조트 정상에는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105cm의 폭설이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마우나오션리조트 등 이번에 울산 일원에 내린 눈이 일반 눈보다 2~3배 무거운 습설(濕雪)이어서 제설작업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울산광역시와 경주의 경계지역인 동대산 기슭 해발 500m 고지대에 위치한 휴양리조트이다. 총 143실 규모의 콘도형 숙소를 비롯해 1층과 4층, 5층에 연회실과 세미나실 5곳을 갖추고 있다. 붕괴사고가 일어난 곳은 숙박동 왼쪽에 있는 준가설 건축물로 강당 등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창환·김준호기자

<사망자 10명 명단>
◇ 울산 21세기좋은병원(7명) △ 고혜륜(19·여·아랍어과 신입생) △ 강혜승(19·여·아랍어과 신입생) △ 박주현(19·여·비즈니스일본어과) △ 김진솔(19·여·태국어과 재학생) △ 이성은(여·베트남어과) △ 윤채리(여) △ 김정훈(19)
◇ 울산대학병원(1명) △ 박소희(19·여·미얀마어과 신입생)
◇ 경주 동국대병원(1명) △ 양승호(19·미얀마어과 재학생)
◇ 경주중앙병원(1명) △ 최정운(43·이벤트사 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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