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12일 20년만에 최대규모의 병력과 무기를 동원해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의 라말라를 점령하는 한편 팔레스타인 난민촌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벌여 최소한 33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숨졌다.

 또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7명도 목숨을 잃었다.

 계속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우려와 자제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에 대항, 팔레스타인도 보복을 다짐하고 있어 오는 15일로 잠정 결정된 앤터니 지니 미국 중동특사의 방문성과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스라엘 군이 라마라 점령과 난민촌 공격에 동원한 병력은 모두 2만명으로 지난 2000년 9월 인티파다(봉기)이후는 물론, 82년 레바논 침공작전 이후 최대규모라고 이스라엘 채널1-TV가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도로 간주되고 있는 라말라에서는 새벽 탱크 100대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측과의 교전 끝에 시가지와 인근 알-아마리 난민촌, 교외지역인 엘 비렌 등을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경찰과 자치의회 의사당 경비원, 택시운전사 등 5명이 숨졌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라말라의 주요 거리에는 요소요소에 이스라엘군의 탱크가 배치됐고 야세르 아라파트 자치정부 수반의 집무실에서 불과 100m 거리에서도 이스라엘 탱크가 목격됐다.

바로 전날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이동제한이 해제된 아라파트 수반은 이날 라말라 집무실 내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은 그의 집무실과 자치정부 청사는 점령하지 않았다.

 샤울 모파즈 이스라엘군 총사령관은 이번 작전은 라말라의 재점령이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파괴에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며 테러범들을 추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16~40세의 팔레스타인 남자들은 모두 라말라에 배치된 이스라엘군에 출두해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지도부는 성명을 통해 이에 응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가자지구 가자시티 북쪽의 제발리야 난민촌에도 20대의 탱크를 앞세운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과의 격렬한 교전을 통해 최소 18명을 사살하고 무기제조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돼온 건물 3채를 파괴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공격도 계속돼 북부 메추바 키부츠 인근 도로에서 최소 2명의 무장괴한들이 차량에 총기를 난사해 6명을 살해하고 또다른 6명에게 부상을 입힌뒤 사살됐다.

 아라파트 수반의 파타운동과 연계된 알 아크사 여단의 한 대원은 이 단체가 이번 사건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경찰은 테러범들이 레바논에서 넘어온 것으로 보고 있어 그동안 잠잠했던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이 또다른 테러전선으로 부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자아냈다.

 이스라엘군의 대대적인 공세는 국내 강경여론의 고조와 때를 같이 하고 있다. 11일밤 텔아비브에서는 이스라엘인 5만여명이 아라파트 수반의 축출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초강경 민족주의 성향의 정당 민족동맹 출신 각료 2명이 아리엘 샤론 총리의 미지근한 팔레스타인 정책에 항의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경한 반응은 팔레스타인측도 마찬가지여서 나빌 아부르데네 자치정부 수반 대변인은 이스라엘 정부의 위험스러운 확전 정책으로 중동지역 전체가 더욱 큰 폭력사태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도 성명을 통해 오랜 역사를 가진 용기있는 저항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은 스스로를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마스의 지도자 압델 아지즈 란티시는 우리에게는 점령자들을 죽이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면서 피의 보복을 다짐했다.

 그러나 국제사회 지도자들은 날로 악화되는 현지 사정에 우려를 표명하면서 특히 이스라엘의 자제를 호소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샤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안보와 정치적 해결이 불가분의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도 외무부 성명을 통해 샤론 총리가 긴장완화를 언급한 직후 이같은 공세를 벌인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은 아라파트 수반이 이달중 레바논에서 열리는 아랍권 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이스라엘에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안보보좌관은 지니 특사가 지난해 조지 테닛 중앙정보부(CIA) 국장의 평화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일종의 새로운 권한 위임을 받았다고 말하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평화절차를 진철시킬 수 있다고 생각될 때는 개인적으로 중동평화 문제에 개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말라 <요르단강 서안> AP·AFP= [연합]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