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 찡한 감동이 있는 로맨틱 코미디

기억상실증에 걸린 인호, 옛애인 간호사 시은과의

사랑의 기억 찾는 과정

▲ 기억을 잃은 남자와 사랑을 말하고픈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7년동안 하지 못한 말’.
극단 피에로의 연극 ‘7년동안 하지 못한 말(연출 박정인)’이 서울 대학로에서의 흥행을 등에 업고 울산지역 소극장까지 내려왔다.

로맨틱코미디 답게 유쾌하게 스토리를 이어 나가다 마지막에는 코끝이 찡해지는 먹먹함까지 전했다. 탄탄한 스토리와 의미있는 반전이 쉽게 전달됐다.

‘7년동안 하지 못한 말’은 과거와 현재를 함께 이야기한다. 기억을 잃은 인호(김선호)에게 과거의 기억이 파편처럼 등장한다. 공연이 진행될수록 인호를 치료해주는 간호사 시은(유미영)이 과거 인호의 연인이었다는 단서를 찾는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기억의 조각을 맞추는 인호처럼 관객 또한 둘 사이의 애틋한 사랑의 기억을 찾아간다.

이처럼 ‘기억상실’을 주제로 하는 이 연극은 그 기억을 다시 떠올리기 위해 기억을 회수하며, 기억상실이 주는 ‘진부함’을 반전과 새로움으로 전환시킨다. 회상을 통해 주어지는 이야기들은 주인공과 관객에게 사건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단서로 주어진다.

어쩌면 관객들은 인호 앞에 간호사 시은이 등장했을 때부터 그녀가 인호가 찾아 헤매는 기억 속 실체라는 것을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연극은 처음부터 관객들에게 결말과 정답까지 모두 제시하고 시작한다. 그 공간속에 있는 배우, 관객 등 인호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의 애절함으로 연극 속 두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지켜보기에 기억상실 스토리가 주는 진부함은 없다.

극에는 주인공 인호·시은과 함께 유쾌한 멀티 남·녀가 등장한다. 이 두 인물로 인해 적은 수의 배우로도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같은 사람이 다른 역할을 하다보니 그로 인한 웃음 포인트도 형성됐다. 그리고 이 두 인물이 다른 캐릭터로 연기하는 동안 비슷한 말들을 관객들에게 던짐으로써 극 전체의 복선을 지속적으로 깔아준다.

극의 후반부. 텅 비어있는 병실에서 인호가 울부짖는다. 빈 병실에서 이미 사라지고 없는 여자를 향해 사랑을 고백하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가장 여운이 긴 장면으로 다가온다.

사랑표현이 늦어버린데 대한 후회와 그 속에 녹아든 진실함은 관객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인호의 떨리는 목소리에서는 전율이 느껴진다.

‘7년동안 하지 못한 말’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된다. 항상 서로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연인 사이에서, 때로는 서로의 사랑표현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 상처를 주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한다.

30일까지 울산시 중구 피가로아트홀. 평일 오후 8시. 토·일요일 오후 3·6시. 월요일은 쉰다. 문의 248·7751.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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