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반포세무서에서 지방국세청으로 자리를 옮긴 어떤 공무원은 말한다. "서울 영등포세무서의 연간 세수가 10조원을 넘습니다. 반면 13개 세무서를 거느린 대구지방국세청의 99년 세수는 2조3천억 원에 불과하지요."

 최근 서울서 지방으로 직장을 옮긴 한 유흥업소의 종업원은 "줄리아나 등 유명 나이트클럽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엔 주말 저녁마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넘는 BMW, 벤츠, 이클립스 등 외제차들이 몰려요. 여기는 그에 비하면 완전히 빈촌입니다"라고 말한다.

 한국 주요 인물 명부에 실린 사람들의 80%가 서울의 강남에 살고 있다. 강남 중에서도 압구정, 청담동, 신사동이 대표된다. 물론 지식인들만이 서울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술집에서 예쁘다는 호스티스들은 죄다 서울에 모여있다. 경제력집중도 그렇지만 인적자원으로서 선남선녀의 서울 집중은 가히 폭발적이다.

 이렇게 밤낮으로 흥청대고 한껏 하는 이들이 막무가내 모여들고 큰 건물이 곳곳에 세워지고 하는 것은 한마디로 서울에 돈이 흘러 넘치기 때문이다. 돈이 서울에 몰리는 이유는 수도권에 대한 경제력 집중을 가속시키는 왜곡된 경제구조 탓이다. 왜곡된 경제 구조를 조장하는 사람들은 정치 경제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위치의 사람들(정치적 벌족)이 더욱 많이 먹고 싶어하는 본능에 충실한 결과이다.

 사실 구차하게 따져보지 않아도 "서울이 경제적 집중 뿐 아니라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의 총집합으로, 무엇이든 빨아먹는 블랙홀로서, 탐욕스런 고질라로서의 정체를 갖고 있다"는 것쯤은 동네 꼬마들조차도 모두 안다.

 이를 즈음 얼마전 각 지방단체의 지식인들이 지방분권을 실현하기 위한 전국지역지식인 선언 공동추진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울산지역은 지방이 아니고 산업수도이라 선지 울산지역인사는 아쉽게도 보이지 않지만 정말 괜찮은 일이다. 충청추진위는 "대한민국이 서울공화국이 된지 오래고, 한국인은 서울사람과 지방사람 두개의 국민으로 분할될 기미마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역경제는 위상이 갈수록 위축돼 지역주민의 일터와 삶터가 황폐화 될 위기에 빠졌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들의 주장을 대충 정리해 본다. 첫째, 정치력의 중앙독점을 타파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둘째, 인재유출을 막기 위한 인재지역 할당제 및 지방대학의 획기적 육성 등. 셋째, 경제활동이 가속화함에 따라 오히려 지방은 생산력과 산업기반이 더욱 취약해지는 악순환의 타파. 넷째, 행정·재정 결정권의 지방 이양. 다섯째, 국세의 지방세로의 대폭 전환.

 여기에다 귀거래사의 정신을 덧붙이고 싶다. 삼김씨도 상도동이니 연희동이니 하지 말고 조선조의 선비처럼 낙향의 본을 보여야한다. 서울유학시절 뿐 아니고 고향에서 지지로 보낸 돈들이 얼마나 많은가. 번 돈을 가지고 명예롭게 낙향하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우리나라의 중앙과 지방의 격차가 얼마나 심한가는 외국(지방분권을 권고하는 OECD의 보고서)에서조차도 걱정해 주는 정도다. 앞에서 말한 지역지식인들의 촉구, OECD의 권고 등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방분권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1964년부터 수도권 과밀화 방지대책을 세워 온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러니 서울사람(중앙정부) 더러 "어서 지방분권을 추진하라"라고 해봐야 "말짱 꽝"일 것 같다.

 그러면 지방에 뿌리를 박고 사는 사람들은 그냥 이럭저럭 살아야 하는가. 무작정 촌놈으로 서울의 들러리로 쭉정이처럼 살아가면 되는가.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노동운동(파업) 하듯이 지방 사는 사람들이 지방분권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철거민들이 생존을 위해 투쟁하듯이. 경제적 형평성이 이루어졌을 때 재결합하더라도 독립도 고려해야 할 정도로 강력하게 요구해야한다. 지방분권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우리 모두가 전사가 되어서 서울에 선전포고를 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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