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감사에서 해외 초청 공연의 과다 개런티 지급문제가 거론되었다. 한 물간 세기의 스타, 쓰리 테너에 324만 달러의 출연료를 지급, 최고가의 공연을 치루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도 쓰리 테너를 보았다"는 문화적 허영심과 콤플렉스를 충족시키느라 지불한 비용치고는 너무 속이 쓰라리다.

 제시 노먼은 10만 5천 달러, 보스턴 팝스오케스트라 20만달러,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18만 달러였다. 조수미의 한 공연도 8만 달러를 받음으로써 기백 만원도 못되는 국내 음악가들의 개런티에 상대적 박탈감을 심화시켰다.

 냉정히 말해 개런티는 자유 경쟁원리 하에서 당사자가 주고받는 거이니 제 3자가 개입할 문 제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턱없이 부풀린 개런티가 문화적 역기능을 초래해서는 안된다. 오죽하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봉"이란 말을 하겠는가.

 이제는 초청 공연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동시에 국내 아티스트들도 경쟁력 확보에 나서야 한다. 프로 연주 세계를 개척하는 도전의 작업이다. 이제 연주력과 젊음을 가진 아티스트들은 연주만으로 승부를 걸어 볼 때가 온 것 같다.

 아울러 이러한 환경 조성을 위해 음악계가 정책을 세워야 한다. 제 아무리 뛰어난 기량의 연주가라도 국내에 존재하는 한 연주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거나 국내용 상표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매스컴이 국내 음악가들에도 따뜻한 관심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부화뇌동해 갓 프로 무대에 데뷔하는 음악가를 "젊은 거장" 운운하는 성급함에 절제를 가져야 한다.

 공공극장 역시 훌륭한 예술가를 배출하는 것을 사명으로 아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문예지원 정책, 매니지먼트 전문화, 평론가의 바른 비평 등을 통해 우리 아티스트의 국제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겠다.

 또 한편에서는 감상자의 사대주의적 외국 연주가 선호, 매니지먼트 과당 경쟁, 실적 쌓기 공연 자제, 해외 한국음악가들의 지나친 나들이 견제, 개런티 국제 표준 시가제 도입 등 공연 문화 전반에 거품을 빼고 내실을 기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수 실적 공연보다 "관객 개발"에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더 이상 문화 공황이 오기 전에 제대로의 공연 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