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현철 울산시 남구의회 의장

과학과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 현대사회는 ‘100세 시대’라고 불린다. 최근 평균연령 76세 할배들의 유럽 배낭여행 도전기를 다룬 ‘꽃보다 할배’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이국의 낯선 곳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에서 웃음을 자아내고 한편으로는 할아버지 배우들의 연륜에서 묻어나는 인생의 지혜를 엿볼 수 있으며, 새로운 도전에 있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시청자들에게 주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2026년경에는 초고령화에 진입하여 인구 5명중 1명이 노인이 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 따른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 노인문제와 노인문화, 사회복지 수요증대와 노인 관련 산업발달 등 사회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노인의 소득 및 건강보장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요즘 우리나라 산업화와 민주화의 주역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1953~1963년)의 은퇴에 대해서 이야기가 많다. 전체 인구의 15%정도인 725만명 정도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들이 인생 100세 시대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전쟁 후 잿더미 속에서 태어나 가난한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부모님의 높은 교육열 덕분에 고등교육을 받고 산업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는 은퇴 준비가 부실한 실정이다.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 키우느라 정작 자신들의 노후 준비는 소홀하여 이들 중 14% 정도만이 노후준비가 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3배가 넘고 국가의 사회보장제도는 여전히 부족하고 재원도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서 자칫 100세 시대가 노인의 빈곤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고령화를 단순하게 노인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 지금의 노인문제는 젊은이들의 고령 결혼과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에도 원인이 있다. 행복한 노후는 노인들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모든 세대가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우선 자녀들은 부모님 봉양에 게을리 말아야 하고, 사회는 경로효친 사상 선양에 힘써야 하며, 국가적으로는 효 교육과 선진복지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퇴직 후 학연, 지연, 혈연은 물론 직장 인연까지 끊긴 무연사회(無緣社會)로 인해 아무도 모르게 숨진 후 한참 뒤에야 발견되는 사람이 연간 수만명으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가족 해체와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 약화 그리고 고령자에 대한 사회적 관리부실로 인한 사회안전망 붕괴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노인문제가 곧 우리에게도 다가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국민 개개인의 노후 대비가 부족하면 결과는 사회 전체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인들의 경륜과 지혜가 지역사회에 재투입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또한 시민사회와 연계하여 노인들의 사회적 소외와 고독을 해소하고 공동체 의식을 강화할 수 있는 여가문화를 조성하고 정부의 평생교육사업과 연계한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프로그램 개발 등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임현철 울산시 남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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