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반영한 합리적 임금체계로 개선 지적

정기상여금·복리후생비 통상임금 포함여부 갈등

노조 “확대 적용” …사측 “법에 따라” 입장 팽팽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의 최대 쟁점이 될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벌써부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조만간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반해 회사는 법적 판단을 근거로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는 등 노사간 갈등을 예고해놓고 있다.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 의미는

대법원이 판결한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소정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대법원이 2012년 금아 리무진 사건에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사회적으로 통상임금 대란이 발생하게 됐다. 과거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사례가 없었다. 이로 인해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 수당이 통상임금에 들어가느냐가 사회적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지난해 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통상임금의 기준을 정기성, 고정성, 일률성이라 설정했다. 또 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을시 이를 3년간 소급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대법원이 과거 노사합의로 통상임금의 범위를 정했다면 신의칙 차원에서 과거부분을 더 이상 묻지 말라고 했다. 고정성 부분은 기존보다 더욱 엄격하게 판단한 반면,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만 지급하는 금품 또는 매달 일정 일수 이상 일해야만 지급하는 상여금 등은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기상여금이나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할 시 3년 소급여부는 ‘당연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대해 노사관계 전문가는 “임금협상은 일종의 ‘총량불변의 원칙’ 같은 것이 적용되고 있어 사실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다”며 “기업이 그해 근로자들에게 줄 수 있는 인상분의 여력이 얼마인지 따져보고 그것을 기본급으로 갈건지, 상여금으로 갈건지를 결정하는 퍼즐맞추기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그동안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빠져있었다 해도 사실 빠진 부분만큼 어떤 형태로든 근로자들에게 지급했다고 기업은 생각한다”며 “따라서 근로자들은 사실 크게 손해 본 게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현대차 “통상임금 문제 법대로 처리할 것”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통상임금의 기준을 구체적 사례로 들며 제시했으나, 각 사별 임금기준이 복잡하고, 구체적 열거 기준에서 100% 부합하지 않을 경우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또 소급 임금 지급에 대한 신의칙 적용의 구체적 기준이 모호해 노사갈등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하기 못할 경우 불필요한 갈등은 물론 결국 법원 판결을 통해서만 개별 기업의 신의칙 적용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한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제기한 신의칙 기준이 다른 기업에게 똑같이 적용된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 가운데 특히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명시된 ‘지급제외자(15일 미만 근무자)’ 조항으로 인해 논란이 예상된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은 소정기간을 근무한 직원이 그 다음 날에 퇴직한다고 해도 근로 대가로 당연하게 확정 지급받는 최소한의 임금이다. 상여금이 정기성과 일률성을 충족하더라도 지급 요건을 특정 시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한정할 경우 ‘고정성 결여’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밝히고 있다.

윤여철 부회장도 지난달 열린 현대·기아차협력사 채용박람회에 참석해 “법대로 통상임금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금속노조가 마련한 ‘2014년 임단협공동요구안’에서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안에 대한 불가 입장을 다시 한번 밝힌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가 일방으로 만들어 운영 중인 상여금 시행세칙의 문구 또한 퇴직자에게 일괄 지급한다는 조항과 배치되고, 고정성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회사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며 “회사가 정상적인 교섭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헌법에 보장된 파업 등 노동3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는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싸고 각종 소송이 남발하는 것은 급여체계의 복잡성, 비합리성 때문”이라며 “선진국 모델, 즉 생산성과 성과를 반영하는 합리적이고 명확하고 단순한 임금체계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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