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장애인과 따뜻한 동행 - 시각장애인 체험 해보니
■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호 관장

▲ 암흑까페 오픈하우스로의 초대행사에서 시민들이 앞사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시각장애인 체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photolim@ksilbo.co.kr

“자! 지금 이곳에서는 여러분들이 불편을 겪는 장애인이고, 오히려 저희는 비장애인입니다.”

지난 11일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마련된 시각장애 체험관 프로그램 중 암흑카페내에서 시각장애인 복지사들이 말했다.

그들은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암흑카페내에서 누구보다 자유롭게 테이블 사이사이를 오고 갔다.

이날 암흑카페 체험을 한 참가자들은 바로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평소 자원봉사를 해오던 봉사자들이다.

◇“시각장애인 체험…불편과 대단함 느껴”

이들은 체험 내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으니, 속도 울렁거리고 답답하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참가자들은 체험을 마친 뒤에도 시각장애인들의 부축을 받고, 어둠속을 더듬거리며 카페를 빠져나갔다.

자원봉사자 양순옥 참가자는 “아주 잠깐인데도 앞이 안보이니 답답하고, 무서웠다”며 “시각장애인분들이 평소 얼마나 불편함을 느끼고, 답답했을지 상상조차 안간다. 특히나 그 어둠속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인다는 것에 대단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 암흑까폐 행사에 참가한 어린이와 시민들이 안대를 착용하고 시각장애인 체험을 하고 있다. 임규동기자

이날 체험관을 찾은 비장애인들은 2시간여 동안 10여가지의 프로그램을 체험하면서 잠시나마 시각장애인들의 고충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대를 차고 하는 탁구체험, 어둠속 가정집 체험, 컴퓨터 체험, 암흑카페, 오감체험, 보행체험 등이 마련됐다.

시각장애체험뿐만 아니라 지체 및 뇌병변 장애인들을 이해할 수 있게 입으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체험 등도 마련돼 복지관을 찾는 참가자들에게 장애의 불편함과 신체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호 관장은 “의외로 비장애인들은 시각장애인에 대해 잘 모른다. 늘 헤매거나, 지팡이를 짚은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물론 익숙치 않은 곳에서는 헤맬 수 있지만 익숙한 곳에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시각장애”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이런 시각장애인들에 대해 오해와 편견을 없애고, 불편함을 이해하는 등 비장애인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시각장애체험관을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내에 마련했다.

시각장애인 90%가 후천적
심신이 온전하기 때문에
좌절감·절망감 더욱 심해

울산시각장애인 복지관
시각장애, 오해 편견 불식
암흘카페 체험행사 마련

◇시각장애인 90% 이상은 후천적장애

2011년 보건보지부가 펴낸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은 전국에서 약시를 포함해 28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그 중 남자가 16만8000명, 여자가 11만7000명이다. 등록된 전체 장애인의 약 10% 수준이다.

보통 비장애인들이 알고 있는것과는 달리 이들 시각장애인 중 90% 이상이 후천적 시각장애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다보니, 이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위험도 일반인에 비해 3배정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의 조비룡·신동욱 교수팀이 2010~2011년 망막색소변성증 환자 187명과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뽑은 일반인 대조군 187명의 정신건강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시력이 상당히 떨어져 높은 장애등급(1~2급)을 받은 환자들보다 시력이 어느 정도 유지돼 낮은 장애등급(3~6급)을 받은 환자들이 오히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은 증상이 약하더라도 앞으로 병이 더 진행된다는 상황을 알기에 스트레스를 더 받을 수 있으며, 낮은 장애등급으로 인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비교적 적다는 점 때문이란 것이다.

이에 대해 김진호 관장은 “어제까지 앞을 볼 수 있다가 갑자기 시력을 잃는다고 생각하면, 그 좌절감과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시각장애의 경우 몸과 정신은 멀쩡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공포와 답답함이 배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호 관장
“힘들지만 첫발 내딛으면 삶의 많은 부분 바뀔 것 빠른 재활이 가장 중요”

“사회로 다시 나오는 것이 힘들지, 막상 나오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 김진호 관장

김진호 울산시시각장애인복지관 관장은 “시각장애라는 것이 몸과 정신은 멀쩡하기 때문에 재활만 제대로 한다면 가장 가벼운 장애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그렇지 못하면 가장 답답하고, 힘든 장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게 후천적장애로 시각장애가 발생하기 때문에 빠른 재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 본인도 군대에서 병을 앓고 시력을 잃은 후천적 시각장애인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그 좌절감과 공포감을 잘 안다고 말했다.

“한창인 나이에 앞이 보이지 않으니 처음에는 살 마음도 없었고, 3년간 꼬박 집에만 있었다”며 “나뿐만 아니라 후천적시각장애인의 경우는 선천적 시각장애인과는 달리 앞을 보다가 중간에 실명한 것이기 때문에 큰 좌절감과 공포를 겪게 된다”고 설명했다.

좌절과 슬픔속에 있던 그가 이렇게 사회와 소통하고,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사회복귀를 돕는 복지관의 관장이 된 것은 바로 재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가 맹학교에 들어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장애를 갖기전 오롯이 눈에 보이는 것에만 의존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살면서 정말로 눈이 필요한 것은 5~10%이고, 나머지 다른 감각으로 충분히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재활을 하면서 당시 특수교사였던 지금의 아내를 만난 것이 가장 큰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김 관장은 “사회에 다시 첫 발을 내미는 것이 힘들지만 그 이후에는 많은 것이 바뀔 것이다. 복지관이라는 것이 바로 그런 부분을 교육시키고, 돕는 곳”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이 자기가 보고, 지냈던 곳에 다시 복귀해 그대로 일하고 지낼 수 있도록 재활교육 등 복지관 차원의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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