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갱년기증후군

40대 이상 남성 30% 성욕감퇴, 여성화 증상 등 호소

금주·금연에 호르몬 투여, 운동, 식이요법 병행 도움

▲ 김동현 제일병원 내과 과장이 남성갱년기증후군이 의심되는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주부 김모(여·54)씨는 최근 들어 50대 후반의 남편이 예전같지 않아 어색하다. 남성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 대신에 지나치게 섬세하고 여성적인 모습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평소 묻지도 않던 딸의 교우관계나 연애사까지 물어 보는 등 의외의 모습을 종종 보인다. 심지어 자신의 이야기에 식구들이 별 반응이 없으면 삐치는 등 감수성까지 풍부해져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

이처럼 중년의 남성이 어느 순간부터 쉽게 토라지고 가족들에게 사소한 일로 화를 내는 일이 잦거나 예전엔 관심도 없던 드라마를 즐겨보는 경우가 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감정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학적으로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불안정한 감정상태 지속

갱년기라 하면 보통 여성의 폐경 이후에 나타나는 증상들을 떠올리지만, 남성도 나이가 들면서 남성호르몬 부족 등으로 갱년기를 겪는다.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김동현 울산제일병원 내과 과장은 “남성들은 30대 후반부터 성호르몬 분비가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해 70대에는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호르몬 부족으로 인한 여러가지 갱년기 증상들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은 서서히 감소하는 만큼 여성처럼 급작스러운 여성호르몬 소실이 없어 뚜렷한 남성갱년기가 나타나는 평균연령이나 정확한 수치를 정의할 수는 없다. 설사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단순 스트레스라 여기기 십상이다.

갱년기에 빠진 남성들은 보통 성욕감퇴, 만성피로 등의 증상과 함께 쉽게 짜증을 내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불안정한 감정상태를 드러낸다.

또 성격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성취욕구가 감소해 외부세계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다. 이에 따라 골프나 등산 등을 즐기던 남성이 집에서 와이프와 모든 것을 함께 하려고 한다.

◇만성적인 음주·흡연이 주요원인

남성갱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나이가 들어 뇌와 고환 기능의 저하로 남성호르몬이 감소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음주, 흡연,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위장약, 이뇨제, 스테로이드, 무좀약 등의 약물도 그 원인이 된다. 하지만 갱년기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만성적인 음주습관이다.

김동현 울산제일병원 내과 과장은 “갱년기를 유발하는 가장 큰 원인은 만성적인 음주습관이라 할 수 있다. 또 만성적인 흡연은 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고 발기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발기력이 좋지 않다면 약물치료 전에 금주·금연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성호르몬이 항상 일정량을 유지한다면 갱년기에 대해 걱정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매년 1%씩 감소한다. 테스토스테론은 20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30대부터 서서히 떨어진다. 이때부터 노화가 진행되고 신체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김동현 울산제일병원 내과 과장은 “우리나라 40대 이상 남성 중 약 30%정도가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한국 남성의 남성호르몬 수치는 서양인의 약 79% 수준에 불과해 우리나라 남성이 서양인에 비해 훨씬 일찍, 더 심하게 남성갱년기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갱년기는 남성 호르몬의 부족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므로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는 치료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현재 치료방법으로는 치료경구용약물, 주사요법, 패치, 피부에 바르는 약물, 피하에 심는 기구 등이 있다. 하지만 이는 간기능이나 조혈기능, 전립선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투여 문제는 전문가와 상의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김동현 울산제일병원 내과 과장은 “환자들의 생활습관으로 인한 질병은 약물보다 본인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과도한 음주와 흡연은 삼가고 적절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남성갱년기를 극복해 활기찬 노후생활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도움말=김동현 울산제일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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