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금융사고로 ‘신뢰의 위기’에 직면한 은행들이 내부 감시망을 강화한다.
 직원 사이의 돈거래를 실시간 감시하고, 인사에 반영하는 성과평가 체계도 개편한다. 해외점포의 대출 전결권은 축소·폐지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전날 금융감독원의 은행장 소집에 맞춰 내부통제와 사고 재발방지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전 지점장의 자살 사건이 벌어진 우리은행은 직원의 계좌에서 1천만원 이상 금액이 드나들면 상시 감시 체계가 가동된다.
 고객과의 금전 대차(貸借·빌려주고 받음)가 엄격히 금지되는 데 더해 직원 사이의 금전 대차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비정상적인 돈거래를 차단하는 취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경조사나 회식비 등이 아니라면 금액이 많지 않아도 직원 간 돈거래가 자주 이뤄질 경우 의심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일선 점포에서 고객이 여러 계좌로 거액을 분산 예치하는 등 의심스러운 거래가 이뤄지면 본점 감찰부서가 담당 직원에게 곧바로 소명을 요구한다.
 신한은행은 1천만원, 외환은행은 3천만원 이상의 거래가 직원 명의 계좌에서 이뤄지면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한다.
 도쿄지점 부당대출의 ‘원조’ 격인 국민은행은 ‘해외점포 관리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해외점포에 대한 은행 본부의 제어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도쿄는 부동산 대출 위주, 런던은 기업 대출 위주 등 지역마다 다른 사업모델과 특성을 반영해 TF가 내부통제 장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지점장 전결권을 일반 해외점포는 20~30%,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도쿄지점은 70% 가까이 줄이기로 했다.
 앞서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해외점포 전결권을 축소했으며, 우리은행도 해외점포 전결권 축소를 검토 중이다.
 하나은행은 해외점포의 전결권을 없앤 데 이어 해외에서 취급하는 대출에 대한 본부 심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농협은행도 해외점포의 전결권을 회수하고, 현지의 외부 감사기관에 의뢰해 분기마다 점검받도록 한다.
 해외점포가 가장 많은 외환은행은 3년으로 운영돼 온 최소 근무기간을 없앴다. 해외 근무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곧바로 소환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은행원의 ‘행동방식’을 결정하는 주 요인인 성과평가체계(KPI)도 여러 은행이 손질한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KPI 개편과 관련해 “실적은 돈(성과급)에, 관리 부실은 징계에 각각 연계한다”며 “포상받은 직원도 그만두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올해 KPI의 신규고객 유치 실적 목표를 약 40% 줄이는 등 성장성 관련 항목을 대폭 삭감했다. 실적을 올리느라 부정을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나은행은 KPI의 내부통제 항목 비중을 13%에서 올해 18%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현재 5%인 KPI의 내부통제 비중을 올해 하반기부터 늘릴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부실여신의 조기 적발·조치에 대한 평가를 KPI에 반영키로 했다. 사업 추진에서도 리스크를 고려한 위험조정 수익률의 평가 비중을 1.5배로 늘린다.
 이 밖에 기업은행은 일선 영업점과 외부 접촉이 잦은 본점 부서에 대한 명령휴가제를 운영하고, 우리은행 등은 이달 중 ‘신뢰 회복 결의대회’도 연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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