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수습과정 허점투성이
기관간의 책임 떠넘기기도 여전해
정부 위기관리 매뉴얼 재정비해야

▲ 이재현 울산시의회 의장직무대리·부의장

참으로 안타깝다. 밤새 뉴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났는지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불과 몇 달전 마우나리조트에서 체육관이 붕괴되어 꽃다운 청춘이 스러진 것이 엊그제인데. 또다시 청춘이 피지도 못하고 스러졌다.

추억을 담기 위해 떠난 수학여행이 생사를 갈라놓은 참혹한 아비규환의 현장이 되었다. 살아남은 이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가슴에 새기게 됐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아픔은 무엇으로도 위로가 될 수 없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정말로 면목없는 일이다.

사고발생에서부터 지금까지의 수습과정을 돌이켜보면 곳곳에 구멍투성이다. 특히, 갈팡질팡에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행정력은 국민의 불신을 더욱 높이고 있다. 몇시간 전까지만해도 학생 전원이 구조되었다고 발표했다가 채 2시간도 지나지 않아 번복되었다. 구조자 수백명이 실종자 수백명으로 정정되는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가족들은 절망의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정부의 재난체계가 헛돌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박근혜 정부는 많은 국민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의 명칭을 안전행정부로 바꾸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정부가 되겠다고 국민들 앞에 철석같이 약속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허언이 되고 말았다. 안전행정부를 이끌었던 장관은 광역단체장이 되겠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결과론을 놓고 말한다는 것이 논리의 비약일 수 있겠지만, 책임지는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기관간 책임 떠넘기기도 여전하다. 구조자와 실종자 숫자가 틀린 것에 대해 중앙재난대책본부와 해양경찰은 서로 떠넘기기로 일관해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오죽하면 사고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들이 역대 정권 이래 이런 재난대책본부는 처음 봤다는 한탄을 했을까 싶다.

이미 일어난 사고는 어쩔 수 없더라도 사후수습만큼은 매뉴얼대로 철두철미하게 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고위기대응 매뉴얼이 있는지 조차 의심스럽게도 중앙 행정기관들은 아마추어 같은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욕을 들어먹어도 싸다는 네티즌의 비난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현장에서 물세례를 받고 신발투척을 당한 것도 이 같은 정부의 행정이 신뢰를 받지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전파에서부터 상황공유, 위기대처에 이르기까지 어느 한곳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것이 침몰이후 지금까지 세월호 수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이다.

사후약방문처럼 사고 이후 시스템을 강조하고 있지만, 늘 그때뿐이다. 소나기만 피하고보자는 식의 안일한 자세와 마음으로는 정부에 대한 불신만 높일 뿐이다. 제발 정신좀 차리길 간곡히 당부한다.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의 대처도 국민적인 공분을 사기에 마땅하다. 마지막까지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빨리 탈출했다. 목숨이 소중한 것은 똑같다. 하지만, 최소한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과 사명감은 갖고 있어야 한다. 수백명을 뒤로 한 채 자신의 안위만 살핀 선장과 일부 선원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언론의 재난보도에도 문제점은 있다. 속보 경쟁에 치우치다보니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제목과 내용이 난무하고 있다. 상처를 겪고 있는 피해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취재 관행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알권리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고, 진실을 전파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다. 이번 참사로부터 교훈을 얻지 못하면 또다른 참사는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지도 모른다. 제발 모두가 각성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은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간절히 염원한다. 제발 살아서 돌아오라.

이재현 울산시의회 의장직무대리·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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