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원 정규직화·전환배치 융통성 보여야”

사측, 노동 경직성으로 사내하도급 운영 불가피

하청문제 해결 위해 노조도 유연한 입장 취해야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사내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협의가 7개월여만에 재개됐지만, 하청노조의 우선 논의 요구안인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집행 및 신규채용 중단 등 쟁점이 많아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하청노조와 ‘고용유연성 확보를 위해 사내하도급 운용이 불가피하다’는 회사의 입장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어렵게 재개된 특별협의에서 지난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노사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는 것이 노사관계 전문가와 일반 시민들의 한결같은 의견이다.

◇7개월여만에 재개된 특별협의 시작부터 삐걱

현대차 노사와 사내하청업체 노사, 금속노조는 지난 15일 울산공장에서 특별협의 실무자회의를 열 예정이었지만 하청업체 해고자에 대한 공장 출입을 두고 갈등을 빚다가 회의까지 무산됐다.

다행히 현대차 정규직 노조가 중재에 나서 16일 13차 실무협의를 가졌다.

이날 실무회의에서 노사는 사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비롯해 하청 노동자의 근속 인정·공정 유지, 조합원 우선 정규직화 등의 쟁점에 대해 점진적으로 논의를 진행키로 했다.

또 하청노조가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신규채용 중단, 해고자 복직(150여명), 손배소송에 따른 가압류 중단(236여억원) 등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혀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전격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듯이 하청노조 역시 종전 입장인 ‘모든 사내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 요구에서 융통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특별협의에서 해결책 모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높다.

회사측은 현재 ‘불법파견 논란의 소지가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에 대해 점진적·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노조가 어느 수준에서 수용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전원 정규직화 입장을 고수할지 주목된다.

◇“기업 경쟁력·고용 경직성 해결 위해 사내 하도급 불가피”

현대차의 사내하청 문제가 강성노조에 따른 노동의 경직성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일감이 적은 라인의 직원을 일감이 많은 라인에 배치하는 일명 ‘전환배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정규직 대신 사내하도급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인기차종을 생산하는 라인은 주말에도 특근을 하는 반면, 판매가 저조한 생산라인은 일감이 없어 직원들이 청소, 교육 등으로 업무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벌이진다.

이 경우 단협에 따라 노사 합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노조는 대개 사측의 전환배치 추진에 강력 반발한다. 결국 차종별 수요 변화에 따른 공장간 전환배치가 필요해도 노조의 반대로 노동의 경직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회사는 신규인력 충원의 필요가 발생해도 정규직 채용보다 사내하도급 운용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난 2000년 정규직 노조도 사내하청 운영의 필요성에 동의해 사내하도급 투입 비율을 회사측과 합의한 바 있다.

특히 현대차의 노동생산성이 경쟁사에 비해 30% 이상 낮은 상황에서 사내하도급마저 제한되면 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사내하청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해선 ‘전원 정규직화’ 요구안 수정과 함께 전환배치 등에 대해 정규직 노조가 보다 유연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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