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적 악화에 시달린 건설업체들이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신용등급까지 내려간 건설사는 자금 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다만, 1분기를 기점으로 건설사들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어 건설업종의 투자심리 회복에 다소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전날 두산건설과 롯데건설의 신용등급을 각각 BBB(안정적), A(안정적)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KCC건설, 코오롱글로벌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씩 내려가 각각 A-, BBB-가 됐다. 대림산업(AA-)과 동부건설(BBB-), 한화건설(A), 계룡건설산업(BBB+)은 신용등급은 그대로 유지된 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졌다.
 한국신용평가도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로 내렸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7일 KCC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강등했고 대림산업(AA-)의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신용평가사들이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린 것은 해외 저가 수주와 국내 주택부문의 잠재 손실 등으로 건설사의 재무안정성이 크게 떨어진 상태라 선제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춘성 한국신용평가 기업그룹평가본부 실장은 “지난해 일부 건설업체에서 대규모 해외 사업 부실이 드러난 데 이어 국내 개발사업의 부실 인식 규모도 커졌다”며 “건설업체의 신용등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능한 이른 시기에 신용등급 평가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재무안정성이 떨어진 건설업체가 유상증자나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등급이 추가 강등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많은 건설업체의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떨어진 상태라 무더기 강등 사태가 재발할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건설업종의 실적이 올해 들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실적의 발목을 잡은 해외 공사의 저가 수주 문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데다 국내 주택경기에도 훈풍이 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기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대규모 어닝 쇼크(실적악화 충격)를 가져온 해외 적자 현장들이 올 상반기 대부분 준공 단계에 진입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1분기를 저점으로 연말까지 지속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1년 만에 한국 건설업종에 대한 이익조정 비율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며 “아직 속도가 빠르지 않으나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이 반등하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인 면”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설업체의 수익성은 나아지지만 큰 폭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해외 부문의 수익성 정상화에 힘입어 건설업종 영업이익은 2분기 이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수익성 확보를 위한 제한적인 수주활동으로 외형 성장은 크게 좋아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변 연구원은 “주택시장은 상반기를 정점으로 상승동력(모멘텀)이 약해질 것”이라며 “재건축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했을 뿐만 아니라 하반기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분양 물량이 4∼5월에 몰리는 점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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