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산보람병원 일반외과 조성오 과장

항문병하면 대개 치질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치질을 항문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치질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치질은 아니다. 우리가 의학적으로 치질이라고 할때 그것은 치핵과 탈항, 치루 등을 통칭해서 말하는 것이다.

 대장항문에 발생하는 주요 질환으로는 치질 외에도 치열(항문이 찢어져 생기는 병), 항문 가려움증, 대장염, 직장암, 변비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치핵, 치루, 치열을 항문의 3대 질환이라 한다. 이러한 여러가지 대장항문병들은 각 증세에 맞는 치료를 적절히 받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세상에 병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내색하기 곤란한 것이 항문병이다. 우리 신체중에서도 가장 불결하게 느끼는 부위인데다가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내더라도 주위사람들이 병같지 않게 여기며 그냥 웃어넘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마치 환자가 평소에 청결을 유지하지 못한 죄라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 치질환자를 더욱 괴롭히는 것은 환부를 자기 눈으로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자기 스스로도 그런데 하물며 남 앞에 내보이기는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는가. 이렇게 드러내기 어려운 병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치질환자들은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다. 병원에 가는 것이 마땅한데도 불구하고 수치심 때문에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는다.

 처음 피가 나올때는 짧은 의학상식으로 "내출혈이 아닌가" 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고 며칠지나 증상이 없어지면 안심해 버린다. 그러나 다시 피가 나오면 항문이 아프고 쓰라려서 좌욕을 하든가 연고를 발라본다. 그래서 나으면 걱정이 없겠지만 치질이란 병은 몸이 피로하거나 과로, 폭음한 뒤에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그러면서 치질은 점점 악화되어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상식과는 달리 현대의학은 치질을 비롯한 항문질환의 치료에 있어 환자들이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을 만큼 발전을 거듭해왔다. 물론 오랜 임상경험과 발달된 의료기구가 갖춰진 병원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치질은 알면나면 금방 고칠 수 있는 병이다. 그것도 초기증상이 쉽게 나타나기 때문에 주저하지 말고 의사의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부끄러움 때문에 일생을 근심과 불안속에 불편하게 사는 일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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