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을 진압하기 위한 군사작전에 다시 나서기로 해 최근 제네바 4자 회담을 통해 도출된 ‘긴장 완화’ 합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의회 의장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진압을 위한 군사작전 재개를 명령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의회 사이트에 올린 성명에서 “치안담당 부서들이 동부지역 우크라이나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내실있는 조치를 재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지시는 동부 도네츠크주 슬라뱐스크 지역에서 납치됐던 친(親)중앙정부 성향의 지역 정치인 등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데 따른 것이다.
 슬라뱐스크 인근에서는 고문당한 뒤 익사한 것으로 보이는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이 중 1명은 도네츠크주 고를로프카 시의원인 블라디미르 리박으로 판명됐다고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밝혔다.
 리박 시의원은 중앙정부 중추 세력인 ‘바티키프쉬나’(조국당) 소속으로, 최근 복면을 한 괴한들에 의해 강제로 차에 태워지는 모습이 목격됐다.
 투르치노프 권한대행은 “이 범죄는 러시아의 지원과 묵인 아래 이뤄졌다”고 비난했다.
 슬라뱐스크는 정부군과 친러시아 민병대가 격렬한 충돌을 빚어온 곳으로, 사실상 민병대의 통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슬라뱐스크 상공을 비행하던 우크라이나 정찰기가 수차례 총격을 받았으나 부상자 없이 안전하게 착륙했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군사작전 재개 명령이 금세 격화된 행동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수 있으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비난전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유럽연합(EU)·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폭력 중단 등 긴장해소 조처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후 상대방에게 이행 책임을 지우며 대립, 합의를 무색하게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는 친러시아 시위대가 관공서를 재점거하는 등 혼란이 확산했으며 표면상으로 진압을 중단했던 우크라이나도 “작전은 계속되고 있다”는 방침을 최근 밝혔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러시아가 사태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고 미국 국무부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케리 장관은 제네바 합의 이행에 눈에 띄는 진전이 없으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작전 재개 명령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현지 정부 지도자들과 잇따라 만나고 돌아간 뒤 몇 시간 만에 나왔다고 AFP통신은 짚었다.
 바이든 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정치·경제 개혁에 5천만 달러(약 520억원)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백악관은 이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에 800만 달러 상당의 비살상 군수물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방부는 정례 합동 훈련과 우크라이나 사태 대비를 위해 폴란드에 150명, 발트해 연안 3국에 450명의 병력을 파견한다고 같은 날 발표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훈련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사 훈련은 아니지만 유럽의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미국의 약속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는 최근 자국 무관을 추방한 캐나다에 대한 보복으로 모스크바 주재 캐나다 외교관에게 추방령을 내렸다. 양국 관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최근 급격히 악화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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