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컬처스쿨을 수강하고 나서

▲ 배흥수 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재즈에 대한 잘못된 편견
BCS로 진면목 접하면서
고정관념 깨고 귀 열게돼
예술·철학 등 시야 넓어져

시도 때도 없이 일본 정치인들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생떼를 쓰고, 위안부는 없었다는 둥 망언과 거짓말을 하고 역사 교과서를 왜곡하는 이유는 뭣 때문일까? 이것은 분명 사람의 인식이나 관념은 나이가 어릴수록 형성하기가 쉽고, 또 틀린 사실도 자주 반복적으로 듣고 보게되면 그 정보가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으로 오래 남게 됨을 노리는, 일종의 선전효과나 세뇌교육효과를 노린 작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언제부턴가 재즈를 싫어했다. 재즈는 뭣보다 시끄럽고 요란한 흑인들의 광란이라는 느낌 때문이었는데, 이 생각이 잘 못되었음을 알아차리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3년 전 2011년 5월부터 경상일보가 시작한 BCS(Business Culture School)과정에 등록을 하고 첫 수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첫 강의가 내가 싫어하는 ‘재즈 이해’였다. 도대체 재즈가 뭐길래 처음 개강하는 날, 내가 싫어하는 이런 걸 강의하나--? 이왕 수업에 들어왔으니까 한번 들어나보자 하는 생각으로 수강했다. 그런데 강사인 재즈보컬리스트 ‘말로’씨의 강의는 차분해서 봄바람 같이 다정하기도 하고 때로는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폭풍처럼 쏟아지는 스캣(무의미한 음절로 가사를 대신해서 리드미컬하게 흥얼거림)을 들려주기도 하였다.

한 마디로 재즈는 흑인들의 애환이 담긴 음악이었다. 우리나라에 아리랑이 있고, 지방에도 지역별로 민요가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희로애락이 가사와 곡속에 스며있는 서정성이 강한 음악임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전에 재즈의 한 단면, 요란하고 격정적인 면만 보고 전체를 그런 것이려니 하고 미리 짐작해 버렸던 것이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우(愚)를 범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해하는 재즈는 세계의 음악언어 중 하나이고, 듣고 즐길 가치가 있는 것이고, ‘말로’씨가 이러한 재즈를 한국의 전통가요와 접목해서 한국화 작업을 하고 있음을 알았다.

어떤 강의든지 그 강의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처음에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시작된 BCS의 강의들은 나의 생각과 선입견을 상당부분 바꿔 놓았고, 가슴을 열어주었다.

울산은 공해도시라는 선입관, 문명은 편리하다는 고정관념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서구의 문명인들이 사모아 섬의 원주민들을 개화시킬 목적으로 원주민 추장에게 유럽여행을 시켰더니 그 추장이 여행 후에 자기 부족을 모아 놓고 한 여행담을 엮은 “빠빠라기”라는 책을 오래전에 읽었다. 그 책에서 보면 우리가 알고있는 문명의 편리함이나 몸치장 등이 모두 잘 못된 것이니 그렇게 하지 말도록 얘기하고 있다. 한 예로 빠빠라기(서구인)들은 벌집(아파트) 같은 곳에서 사는데 문을 꼭 닫고서 답답하게 산다는 것이며, 몸을 가리는 허리 도롱이와 거적을 입고서 불편하게 지낸다는 것 등이다.

누구에게나 선입견은 있을 수 있다. 좋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옹고집으로 나쁘게 작용할 우려가 많다는 것이 문제다. 사고를 유연하게 해야 조직관리에서의 창조적인 생각과 대인관계도 부드럽게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필자가 오랫동안 아무런 생각없이 견지해 오던 고정관념, 선입견을 유연하게 바꿀 수 있도록 계기를 마련해 준 경상일보 BCS과정 담당자들께 감사드리며, 서울에서나 접할 수 있는 귀한 강의를 울산에서 접할 수 있었던 행운에 만족한다.

배흥수 전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오는 5월15일로 창간 25주년을 맞은 본보는 지난 역사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경상일보 창간 25주년 기념 독자에세이 공모’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수강생을 모집 중인 비즈니스컬처스쿨을 비롯한 국제설치미술제, 커플마라톤대회 등 본사가 주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거나 본보를 구독하면서 느낀 소감문을 적어 보내주면 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본보 홈페이지(www.ksilbo.co.kr)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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