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해협 팽목항은 통곡의 바다다

불어나는 슬픔의 무게로 가라앉는 세월호

너희들은 선실 창가에서, 우리를

우리는 밖에서, 너희들을

안절부절 눈물 훔치며

이젠 흘릴 눈물도 바닥이 나 그냥

바라만 보아야 하는 창문 하나의 사이가

아프게 멀기만 하다

우리가 할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어도

밀물 따라 썰물 따라

들고 나는 마음만은 절대 포기할 수 없어

이제는 어디로도 떠날 수가 없구나

붕어빵 틀에서 구워낸 한 몸짓인 양

온 국민이 스크럼을 짜고

조명탄을 쏘아올려 한 낮처럼 밝혀도

바다에 갇힌 길은 떠오르지 않고

처절한 몸부림을 안고 세월호는 끝내 가라앉아

너희들의 손을 잡을 수 없어 울부짖는

울음의 모서리에 찢긴 파도

산 자의 멱살을 잡고 하염없이 꾸짖어도

인간들은 뉘우칠 줄 모르고

네 탓이오 네 탓이오, 내 탓은 하나 없고

쭉정이 벼처럼 빳빳이 고개 쳐들고

울대 높이는 삿대질로 파고만 높였다

내 손을 잡으려는 네 손짓인 양

피 맺힌 손가락 끝으로 쭈뼛거리는 파도

차마 두고 떠날 수 없는 진도해협 팽목항

슬픔을 뿌린 씨앗들이

밀물 따라 썰물 따라

이가 시린 새벽으로 돌아와

밤새 뒤척이던 가슴을 쓰다듬으며

기적이란 말 혀 안에 말아 감고

침묵의 둑을 무너뜨리며 운다

한 번 쯤은 속은들 어떠랴

살아 돌아온다는 소식만 들려다오

설령 속고 또 속을지라도

이 또한 눈물나도록 좋으니

몇 번쯤 속은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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