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상일보와 나’ 공모 ‘동상’ 당선작

▲ 곽영삼

120만 울산 시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울산대공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뚜렷한 변화된 모습을 한 눈에 보여주는 자연의 모습이 감동적인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사월이 되면 첫 사랑의 여인이 생각나듯이 찾아오는 반가운 이름. ‘경상일보 커플 마라톤 대회.’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학창시절 연애편지 받은 기분 이상으로 삶의 활력소다.

화합과 우정 사랑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경상커플마라톤대회. 전날 하루 종일 지리하게 내리던 봄비도 당일은 말끔히 걷히고 연초록색의 나뭇잎이 5000명의 선수들을 해맑은 미소로 반겨주었다. 울산대공원을 아내와 달린다는 것 자체가 힐링이다.

기록경기가 아닌 가족, 부부, 친지, 회사동료들과 도시속의 아름다운 공원을 눈으로 감상하며 가슴으로 힐링하며 발로 뛰며, 걸으며 추억을 만들어간다.

아내가 ‘왜 저리 힘든 것을 하느냐’며 콧방귀를 날렸지만 “거리도 길지 않고 커플이 손잡고 뛸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에 울산대공원 뿐”이라고 설득했다. 약속을 했다. 출발 때부터 결승점까지 손을 잡고 뛰겠다는 약속에 아내는 겨우 참가의 반응을 보였다. ‘경상 커플 마라톤은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좋은 추억을 담아가는 추억의 사진’이라고 거짓 아닌 거짓말도 했다.

출발 총소리와 함께 5000여명의 선수들이 우르르 뛰어나갔다. 가다가 보면 어느새 걷다가 뛰다가 반복하는 모습…, 아름다운 대공원 경치에 눈을 힐링하는 모습…, 중간 중간에 목이 말라 물을 마시며 쉬어가는 모습…, 손자의 손을 잡고 나선 할아버지…, 아빠의 손을 잡고 뛰는 아이…, 3km 표시판에서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 모두 너무 보기 좋았다.

아내도 무릎이 좋지 않아 걷다뛰다를 반복했다. 5km 반환점에 도착하여 보니 우리 뒤에는 함께 뛰어 나갔던 사람들이 다 어디로 갔는지 몇 사람들만 걸어서 오고 있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며 포기하려는 아내를 달래며 조금만 가면 결승점이 눈앞이라고 했지만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파이팅을 외치는 분들의 힘으로 겨우 일어나 다시 뛰기 시작하여 골인점에 도착했다.

아내는 완주했다는 기쁨과 완주 메달에 감동되어 살짝 눈물까지 흘렸다. 나만 마라톤에 정열을 쏟았나 하는 죄책감과 건강에 적신호가 온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살짝 밀려왔다. “여보, 미안해. 이제는 나 혼자의 마라톤이 아니라 당신과 함께하는 마라톤이 되도록 할게. 혼자가면 빨리 가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도 있다고 하잖아.”

경상 커플마라톤은 이제 우리 부부의 건강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됐다. 이젠 나 혼자의 기다림이 아니라 부부가 기다리는 여왕의 계절 5월보다 화려한 커플마라톤의 계절 4월이다. 4월이 더 멋져 보이고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이다.

울산시 남구 야음동 곽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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