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하옹의 기부사실은 잘못된 것
향토사 정립 차원에서 바로잡아야

▲ 최종두 시인·소설가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을 정부차원에서 펼친 적이 있었다. 역사는 미래의 거울이기 때문에 잘못된 역사의 기록은 바로 잡아야 하고 삐뚤어진 역사는 바로 고쳐 세워서 후세에 물려주어야 함은 당연한 이치가 아닐 수 없다. 나라의 역사가 이럴진대 향토사(鄕土史)인들 그 이치가 어찌 다를 수 있으랴.

울산시 남구 신정동 시청 뒤편에 있는 종하체육관. 일반 시민들은 이 체육관을 한 독지가 즉 건립 당시 울산의 토호였던 이종하 옹이 5억원의 성금을 선뜻 기부하여 지역사회에 내놓음으로써 세워진 건물로 알고 있다. 또 5억원의 현금이 아니라 그 이종하 옹이 소유하고 있던 땅을 무상으로 지원해 세운 체육관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이는 모두 틀린 말이다. 이종하 옹은 이 건물을 짓는데 현금도, 땅도 무상으로 기증하지 않았다. 이렇게 알려지게된 사연은 결코 이 옹이 명성을 얻기 위해 거짓으로 지어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울산시가 그렇게 되기까지 알면서 묵인한 것도 아니다.

나는 40년이 되도록 이 사실을 가슴에 묻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제껏 말과 글로 밝히지 못했지만 사실은 오래전에 이 내용이 책을 통해 세간에 알려진 적이 있었다. 울산에서 오랫동안 경찰관, 기자로 활동하면서도 원만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세평이 좋아서 주변 사람들의 강력한 권유로 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을 지내기도 한 이철응 선배가 기술한 ‘울산체육 30년사’에도 이미 밝혀진 바 있는 사실이다. 필자가 기억하고 기록해둔 사실이 40년이 지난 것이어서 혹시나하는 마음에 경기도 용인에서 만년을 보내고 있는 이 선배에게 다시 확인을 해보았다. 이 선배는 그때의 기억을 생생하게 증언하면서 필자와 같은 기억을 밝혀주었다.

1977년 6월1일 울산공업축제의 서막식이 종합운동장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종하체육관으로 하여 이종하 옹이 울산시민의장(蔚山市民章) 공익장을 받게 되었고 한국프렌지공업(주)의 김영주 회장(현대그룹창업주 정주영의 매재)이 산업장, 그리고 체육장으로 이복락씨, 필자가 문화장을 받게 되었다. 필자와 이옹의 인연은 시민의 장을 받던 그 날 수상자들과 함께 점심을 하게 된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었다. 세월은 흘러 세분 모두 세상을 떠나고 필자만이 살아있게 되었다.

1970년 대에는 공업도시의 공장들이 늘어나고 인구가 불어나면서 부쩍 건설붐이 일고 있을 때였다. 이로 인하여 모래값이 금값으로 환산될 때였다. 이를 틈타 외지의 약삭빠른 사리 채취업자들이 울산으로 몰려들게 되었다. 그 중의 한 업자가 울산의 업자와 울산의 모 신문 지국장이 손을 잡고 교묘한 방법으로 농간을 부린 다음에 체육관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분명히 말하건대 종하체육관은 태화강 하구에 있던 납도인가 대도섬인가하는 모래무지 섬 하나를 들어 내면서 수십배의 이득을 챙긴 모래장사에 의해 지어진 건물이고 이옹의 이름을 빌려 허가를 획득하게 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지난 오랜 세월동안 그 체육관은 울산시민들에게 어지간히 유용하게 이용해왔던 건물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정확한 사연은 지방정부가 향토사 정립차원에서 밝혀내야할 일이다. 필자의 기억이 맞다면 종하체육관은 울산시민들이 세세손손 향유해야할 아름다운 경관을 잃어버리면서 얻어진 것이기에 특정인의 이름을 넣어야할 이유가 없다. 어쩌면 그것이 이 옹에 대해서도 누를 덜어주는 일이 될 것이다. 친 자손이 없어 양아들과 딸을 두게 되었던 이 옹은 이웃이나 주변사람들이 어렵게 또 궁하게 살고 있는 것을 늘 딱하게 여기면서 어떻게든지 그들을 일으켜 세우려는 인정 많은 어르신이었다.

필자는 이 옹의 이름으로 된 체육관이 싫어서가 아니라 다만, 이 옹 자신이 기증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그 이름을 넣어서 체육관으로 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뒤에 숨은 사연들이 별로 좋지 않았다면 당연히 새이름으로 바꿔 놓는 게 좋은 일이 아닌가 싶다. 이것도 향토사를 바로잡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종두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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