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膳物)이라는 선(膳)의 어원을 들여다 보면 나누어 먹는 맛있는 고기를 뜻하고 있다. 그래서 선(膳)이란 희생(犧牲)의 고기라는 뜻이 담겨 있는 것이다. 소가 한국인에게 소중한 이유는 농사를 도와주는 일꾼인 동시에 길흉화복을 좌우 할 신명에게 희생하는 짐승이었기 때문이다. ▲쇠고기는 고기뿐만 아니라 뼈, 꼬리, 도가니, 등골까지 먹지 않고 버리는 부분이 한 군데도 없다. 또한 한 솥에 쇠고기 국을 끓여 온 식구, 온 동네 사람이 나눠 먹음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민속 관행도 우리 한국인의 쇠고기에 대한 의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선물에 대한 어원을 분석해 보면 우리의 선물은 나누어 소유 함으로써 기쁨을 느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서양의 선물은 어떤 목적 아래 나의 물건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이라는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지만 서민들의 가계에는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추석선물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500만원짜리 초고가 주류 선물세트가 한정 판매되고 있는 반면 9000원짜리 초저가 선물세트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100만원 이상의 고가상품이 크게 늘었으며 그동안 주류를 이루고 있었던 4만원~5만원짜리 선물세트 자리를 1만원~2만원짜리 실속형 선물세트가 차지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50년대 한줄의 계란이 큰 선물이었고 60년대는 라면 한상자, 70년대에는 화장품세트, 80년대는 조미료세트가 추석선물의 주류를 이루었고 90년대 들면서 수입양주가 인기를 독차지 했다. ▲이렇게 추석선물의 변천사를 돌아보면 지난 50년대까지만 해도 지금과 같은 개념의 추석선물은 없었던 셈이다. 농촌에서 직접 수확한 찹쌀, 계란, 고추, 돼지고기 정도를 선물로 주고 받았을 뿐이다. 그것이 60년대 접어들면서 추석선물이 보편화 되기 시작한 것이다. 라면 한상자에서부터 맥주 한상자, 세탁비누 등이 선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어려웠던 그 시절의 추석선물에는 따뜻한 사람의 마음과 정이 베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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