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광장 800여명 운집 이근호 선취골 기쁨 만끽
학교·회사 등교·업무시간 늦춰…텐트치고 응원도

▲ 18일 울산체육공원 호반광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거리응원전에서 한국 이근호가 첫 골을 넣자 관중들이 환호하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이른 아침, 간간이 빗방울도 떨어졌지만 울산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전은 막을 수 없었다.

18일 아침 브라질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과 러시아의 조별예선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울산시민 800여명이 울산문수호반광장에서 열띤 응원을 벌였다.

밤새 장사를 하고, 피곤한 몸에도 텐트까지 동원해 응원전을 펼치는가 하면, 학교의 배려로 친구들과 거리응원에 나선 학생들, 전반전이라도 응원의 열기를 느끼고 싶어 경기장을 찾은 회사원까지 모두 대한민국의 승리를 바라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날 거리응원은 새벽까지 내린비로 수중 응원전이 펼쳐졌다. 경기 시작을 1~2시간 앞두고도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응원차질도 우려됐으나 시민들은 이에 아랑곳 하지않고 비옷을 입고 초대가수 노라조와 크라잉넛이 펼치는 공연을 만끽하며 응원 열기를 고조시켰다.

 

▲ 현대중공업 직원들이 18일 한국 대 러시아전을 응원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오전 7시부터 식당과 사무실·휴게실 등에서 경기 시청을 허용하고, 9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도록 했다.

경기 휘슬소리와 함께 800명이 지르는 함성으로 호반광장은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붉은악마 울산지회 응원단을 중심으로 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아리랑’을 부르고, 막대풍선을 두드리며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쳤다.

후반 교체 투입된 이근호의 선취골이 터지자 함성과 함께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시민들은 서로 포옹하고, 손바닥을 마주치며 기쁨을 만끽했다.

러시아의 동점골로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기도 했지만 경기가 끝날 때까지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이날 호반광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일부 팬들은 텐트까지 동원했다. 김정호(56·남구 선암동)씨는 “월드컵 응원을 위해 가게 일을 마치고 오전 5시50분부터 텐트를 치고 기다렸다”며 열정을 보였다.

교복을 입고 목청껏 응원하는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이지현(삼호중 3년) 양은 “학교에서 등교시간을 9시20분으로 늦춰줘 친구들과 함께 응원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회사 출근 전 전반전만 보고 가겠다며 호반광장을 찾았다는 김대훈(34·남구 달동)씨는 “축구광인데, 4년간 월드컵만 기다렸다”며 “경기 끝날때까지 보지 못하더라도 전반전까지 동료들과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고 싶어 거리응원에 나섰다”고 전했다.

붉은악마 울산지회 한삼수 지회장(32·자영업)은 “전날 밤 11시부터 호반공원에 회원 15명이 집결해 미리 응원연습도 하고 호흡을 맞췄다”며 “남은 경기 때도 계속 회원들과 함께 응원을 할 계획”이라며 다음 경기에서도 선전을 기원했다.

○…거리응원에 함께하지 못한 회사원들은 기업의 배려로 스크린 앞에 모여 응원에 합류했다. SK에너지는 회사 대강당에 응원장소를 마련했다. 업무시간을 9시로 늦추자 회사 강당에는 15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찌감치 출근 도장을 찍고, 경기를 지켜봤다. 오전 8시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현대중공업도 일과 시작을 1시간 늦추고 식당과 체육관, 탈의실 등에 설치된 TV 앞에 모여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했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응원의 기회를 마련했다. 두동초등학교 전교생 70여명은 1박2일로 진행된 교내 수련활동의 하나로 월드컵 응원전을 마련해 전교생이 응원에 나섰다. 학생들은 시청각실에 모여 대형 화면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무룡중과 삼호중 등의 학교는 등교시간을 9시 이후로 늦췄고, 울산스포츠과학중·고등학교는 오전 8시40분에 시작하던 수업을 9시로 늦추고, 재학생 110명이 함께 강당에 모여 응원하도록 배려했다. 김준호·이우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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