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종가’라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던 잉글랜드가 자국의 월드컵 역사상 최단 기간 귀국 기록을 세우게 됐다.
 20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헤시피 페르남부쿠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코스타리카는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1-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1차전에서 우루과이를 따돌린 코스타리카가 승점 6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함에 따라 1승1패의 이탈리아와 우루과이가 최종전에서 마지막 한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됐다.
 이탈리아와 우루과이에 모두 1-2로 패한 잉글랜드는 코스타리카의 승리로 16강 진출에 대한 모든 희망과 꿈을 잃었다.
 이번이 14번째 월드컵 본선인 잉글랜드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해본 적이 없었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서 불명예스러운 첫 기록을 남기게 됐다.
 잉글랜드의 월드컵 본선 최저 성적은 2010 남아공 대회 등의 16강 탈락이었다.
 대회의 출발인 조 편성부터 그리 좋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인 잉글랜드는 7위 우루과이, 9위 이탈리아와 같은 D조에 묶여 ‘죽음의 조’에 속했다.
 같은 조의 최약체로 꼽혔던 28위 코스타리카로부터 승점 3을 얻고 이탈리아, 우루과이를 상대로 최대한 선전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이는 완전히 틀어졌다.
 일단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와 마리오 발로텔리(AC밀란)를 막지 못해 첫 경기를 내줬다.
 내용은 그리 나쁘지 않았기에 우루과이와의 2차전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제는 부상에서 돌아온 특급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에게 두 골을 내주며 무릎 꿇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최고의 공격수가 잉글랜드의 심장에 비수를 꽂은 셈이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개인 통산 첫 번째 월드컵 득점을 기록하며 분투했지만 잉글랜드 선수 한 명의 경사는 전체 판세를 바꿀 위력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코스타리카가 벼랑 끝에서 헐떡이던 응급환자의 호흡기를 떼버리면서 잉글랜드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축구의 고향이라는 명예와 별개로 잉글랜드는 실상 1990년대부터 그리 대단한 팀이 아니었다.
 잉글랜드는 1966년 자국 대회 우승, 1990년 이탈리아 대회 4위 이후 1994년엔 예선 탈락으로 본선은 구경도 못했고 1998년 16강, 2002·2006년 8강, 2010년 16강을 기록했다.
 원래부터 ‘대체로 16강에 올라가서 잘 풀리면 8강까지 가는 정도’의 팀이었던 셈이다.
 또 잉글랜드가 강하다는 인상은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 리그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가 있다는 점에서 오는 일종의 ‘착시 효과’가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는 대부분 수아레스를 비롯한 외국인 선수들이다.
 ‘코스타리카를 이겨줄 테니 영국 여왕이 내게 키스해달라’던 이탈리아의 ‘전직 악동’ 발로텔리의 조롱에 가까운 응원까지 받아야 했던 잉글랜드는 결국 씁쓸한 기억만 안고 일찌감치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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